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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원보다 ‘학생’ 우선…2개 외국어 필수로”
“교수·직원보다 ‘학생’ 우선…2개 외국어 필수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3.24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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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변화와 도약 이끄는 박철 한국외대 총장
 
지난 2월 28일 제8대 총장으로 취임한 박철 한국외대 교수는 모교 출신 총장이다. 박 총장은 한국외대 서반아어과 68학번. 모교 출신 총장의 ‘애교심’을 믿었던 것일까. 지난 1998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임시이사체제를 거쳤던 한국외대 구성원들은 지난해 11월 10명이 출마한 총장선거에서 박철 교수를 선택했다. 박 총장은 “모교가 겪고 있는 침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재임기간 동안 5대 명문 사학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신임 총장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총장 당선이후부터 매일 밤 12시에 퇴근하며 한국외대 개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박 총장을 만났다.
●대담 : 이영수 발행인 ●일시 : 2006년 3월 21일(화) 오전 10시 ●장소 : 한국외국어대 총장실 ●정리·사진 :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땀이 혈통을 만든다’
돈키호테의 이 말은 박 총장의 생활신조이자 대학운영 원칙이다. 자기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돈키호테의 열정으로 한국외대의 변화와 도약을 이끌고 싶어 한다.
박 총장은 개혁 구상에 몰두 중이다. 발전 전략은 거의 완성 단계다. 무엇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대학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 박 총장의 지론이다. “그동안 교수나 교직원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 외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학생을 위한 교육환경개선과 교육프로그램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신입생부터 2개 외국어를 필수적으로 마스터하도록 했고, ‘7+1’제도도 도입돼 한 학기는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외대는 올해 국제교류장학금으로 4억 원을 책정, 2백 명의 학생들에게 1백50만원~2백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장학금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변해야 산다’는 박 총장은 다소 느슨하게 운영해 왔던 학교운영 시스템을 ‘빡빡하게’ 조이고 있다. 우선, 형님인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의 노하우를 빌려 예산 20% 절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교직원 신규 채용을 억제하면서도 기존의 인력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사업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강화 전략은 기본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전체 교수들의 등급이 매겨지고 책임관리제를 도입해 단과대학별로 성과를 측정한다.

구체적으로 외국어사업운영본부를 구성해 영어마을, 영어캠프를 진행하는가 하면 통·번역원을 만들어 문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번역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성과는 바로 대학출판사업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하나의 운동부도 없었던 한국외대에 오는 2007년부터 축구부를 만들 계획도 세웠다. 또, 한국외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용인시가 짓고 있는 세계민속박물관도 관·학협력의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총장은 “외대의 정체성을 살려 외국어대학으로서의 특징을 부각시키면 5대 명문 사학이었던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재임기간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일은.
“외대는 너무 오랫동안 변하지 못하고 침체돼 왔다. 구성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며 뚜렷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 등록금도 연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1.4%나 인상했다.

변화의 핵심은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학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임시이사체제에서 학생보다는 교수나 교직원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 외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을 위한 교육환경개선과 교육프로그램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7+1’제도를 도입해 한 학기는 외국으로 나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학제도도 대폭 늘리려고 한다.  그동안 재정실태를 보니 등록금이 오른 만큼 장학금이 늘지는 않았다. 다른 부분을 절약해서라도 이런 학생지원에 우선 투자할 방침이다. 학교시설도 고급스럽게 개선시켜 학생들이 학교에서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 7+1제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선 외국어학부부터 시작하고 상경학부나 이공계로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현재 1백54개 외국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대개 상호주의이기 때문에 한 학교에서 5~10명씩 교류를 갖는다. 올해는 서울과 용인캠퍼스에서 1백 명씩 모두 2백 명에게 1백50만원~2백만 원의 국제교류장학금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4억 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했다. 학비는 상호주의에 의해서 면제를 받게 된다. 우리대학이 외국대학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교육프로그램은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지난 2004년 영어학과를 영어대학으로 승격시킨 것처럼 일본어, 중국어를 합쳐 ‘동북아대학’을 만들어 일본과 중국의 문학뿐 아니라 국제지역학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순수인문학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엄격한 학사관리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2개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자기 전공언어와 비어문계열의 학생도 제2외국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외대 학생이면 2개의 외국어와 사회과학지식을 함께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올해 신입생부터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으로 세계의 보편적인 명저를 문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의 저서도 포함시켜 필독서를 선정해 ‘세계 명저 읽기’를 필수과목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침체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학사관리를 느슨하게 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학생들에게 끌려가면서 학생들의 강한 요구를 받아줬다. 예전의 2개 외국어 필수 전공도 최근 10년 동안 학생들의 요구로 자유전공으로 풀어줬다. 올해부터 2개 외국어 전공제를 선택에서 다시 필수로 전환한 것이다.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학이 되겠다는 것은 엄격하게 공부를 시키겠다는 뜻이다. 또, 한 측면에서는 직원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학생보다는 직원을 위한 대학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건 아니다. 교수나 직원은 뒤로 밀리더라도 학생들에게 우선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동안 구성원간 갈등관계가 있을 때 피해가는 방법으로 해결하다 보니까 학내 분위기가 ‘리버럴’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변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학생 등록금의 두 자리 수 인상은 처음이다. 직원이 맡아왔던 총무처장도 이번에 교수로 바꾸었다. 새롭게 변화와 개혁을 해보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성과급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교수들에게도 연구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연봉제는 아니지만 직급 수당도 차등지급하겠다고 하니까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돈 문제 보다는 내가 어떤 등급을 받을 것인지가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돈키호테가 ‘노력이 혈통을 만든다’고 했듯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기본만 받게 된다.”

△구체적인 장단기발전계획이 궁금하다.
“그동안 혼란한 과정을 겪으면서 장기발전계획이 없었다. 이번에 ‘외대 비전 2016’을 마련해 10개년 발전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용인캠퍼스는 장기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용인캠퍼스의 이공계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산학협동을 총괄할 수 있는 산학연계부총장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대의 52년 역사에 운동부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에 축구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우리 대학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에서 교포 자녀들이 많이 입학한다. 축구 특기를 가진 외국 유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오는 2007년부터 축구부를 결성하려고 한다.

또, 설립자가 오랫동안 모아 온 세계민속자료실을 용인에 세계민속박물관으로 확대 개편해 만든다. 외대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용인시에서 건물을 짓고, 운영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성공적인 관·학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용인 에버랜드에서 용인캠퍼스 사이에 ‘세계 국제거리 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외대의 가장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교재정이 어렵다. 교수와 직원수가 비슷할 만큼 직원수가 많다. 직원과 교수의 비율을 해결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학교예산에서 교수, 직원 인건비가 상당히 많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기존의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외국어사업운영본부를 만들어 직원 재배치는 물론 학교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영어마을, 영어캠프, 통·번역원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어문화교육원도 설립해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제일 잘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구상은.
“현재 서울과 용인캠퍼스체제에서 서울에서 모든 것을 조정해 왔다. 앞으로 용인캠퍼스는 자율화 하겠다. 점점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용인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용인캠퍼스가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23만평의 자곡동 땅을 활용해 이문동과 용인, 자곡동 세 캠퍼스체제로 갈 계획이다. 자곡동에는 통·번역원과 한국어문화교육원 등을 보내 평생교육이나 시민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사립대학이지만 국책대학같은 역할을 우리대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우리대학은 공익을 추구하는 대학이 되려고 한다.”

△ 기존 교수들에 대한 교수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매년 단과대학별로 시행해 오던 연구·강의 우수교수 선정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제 학교 전체에서, 단과대학별로 교수 등급을 매긴다. 책임관리제를 도입해 단과대학별로 성과를 측정한다. 교수들이 좀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가피한 길이다. 기본적인 원칙은 열심히 많이 하는 교수에게는 학교가 무한정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본급만 간다.

하지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마다 적성과 특성을 인정하고 연구, 강의, 봉사 등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외에도 여름·겨울방학때 20~30명씩 자매대학에 보내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3분의 1은 자비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지원하겠다. 외국대학에 가서 우리대학이 현재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학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교수들이 전반적으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질시도 많이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직업의식을 갖고 다음세대의 인재를 길러 낸다는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교수로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부와 권력을 쌓는데 한눈을 팔거나 다른 곳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약력소개] 1951년 生.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졸업,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 박사. 1971년~1985년 KBS 근무, 1985년~한국외국어대 교수, 한국외국어대 홍보실장·외국문학연구소 초대 소장,·연구협력처장, 한국스페인어문학회 회장 역임. 2006년 2월 제8대 총장 취임. 현재 교육부 BK21 세르반테스 연구팀장, 한국외국어교육학회 회장 맡고 있음. 저서로 서반아 문학사(1992년~1994년), 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2000년) 外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 돈키호테 外 다수. 스페인 정부 문화훈장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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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dwml 2006-04-02 21:36:54
새터때 학생대표자들 앞에 와서는
"학교의중심은교수"라며 교수중심의 예산을 떵떵 거리며
말한적이 있으면서..
어떻게 이리 말을 바꾸죠?
학생이 우선이면 등록금 당장 재협상 하고,
재단에서 돈을 받아내야지,
등록금 인상율이 두자리 수인것이 그리도 자랑스럽나?
부끄러워 죽겠구먼..

김희동 2006-03-31 14:35:53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모교 출신으로 두번재 총장입니다.
6대 총장이셨던 조규철 총장이 외대 불어과 춣신으로 최초 모교출신 총장이셨습니다. 기사 정정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