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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지의 신화
민족지의 신화
  • 최승우
  • 승인 2022.09.0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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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백 지음 | 컬처룩 | 380쪽

민족지 신화는 어디로?
어려울 때일수록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어려움을 이겨낼 지혜는 과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모든 역사적 문제의식은 현재에서 출발하여 현재로 귀결된다.

일제 강점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신문들은 과연 ‘민족지’인가? 한국 언론의 역사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언론학자 채백 교수(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의 신간 이 책은 이 문제를 ‘신화’라는 개념으로 파헤친다. 이 책에서는 두 신문에 대한 인식이 민족지에서 친일지로 굴절된 배경을 이른바 ‘민족지 신화’에서 찾는다.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형됐나
‘민족지 신화’는 일제 강점기에 존재했던 두 신문의 과거사를 ‘민족지’라는 개념으로 평가하는 인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제 강점기의 두 신문이 식민 지배의 가혹한 탄압에 저항하며 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며 투쟁한 역사라고 평가하는 인식이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가 해산된 직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스스로 민족지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정간 및 폐간당한 역사를 들어 저항하다 탄압을 받은 면으로 부각시켜 스스로를 민족 대표 신문으로 명명해 온 것이다. 그러한 역사는 1970년대 이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두 신문은 더 이상 민족지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창간 100주년이 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역사를 비롯해, 광복 이후에 두 신문의 역사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어 온 과정을 분석한다. 일제 강점기 민간지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역사적 평가의 변천 과정은 거의 연구되지 못했다.

친일 청산 문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오늘날 민족지 신화가 생성되고 굴절되는 과정을 분석하는 이 책은 이론적 및 실천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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