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 |
지난 2월 14일 서울 고등법원은 상지대의 임시 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사학을 ‘공립화’ 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임시 이사의 기능을 사립학교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로 위기관리자로 한정하고, 기존 이사회의 영속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임시이사라고 하는 장치가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거듭나기 위한 과도기적 조처라고 보면, 이 판결은 그 노력들을 무산시키고, 제왕적 1인 통치로 회귀할 수 있는 길을 다시 터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사립학교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시이사의 기능과 역할로는 위기관리나 위기해소 그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외부자로서 그 대학 실정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기능까지 제한되어 있으니 임시이사는 십중팔구 안팎 곱사등이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임시이사의 파견은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 권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 대학이라도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여 그 모범을 따르게 함으로써 임시이사 파견대학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에도 20개 사립대학에 임시이사가 파견되어 있고 이 중에는 18년 이상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이 있다. 이는 현재의 임시이사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립대학 이사회는 대학의 최고, 최종의 의사결정기관이므로 이사는 무엇보다도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이사회 활동과 대학발전에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이사로서의 활동대가로 보수를 바라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부는 정부대로 새로이 선임되는 임시이사들에게는 이사직 수행에 필요한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성격, 유사문제를 해결한 전례들을 중심으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부권/논설위원·동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