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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줄기세포 사건 보고서' 과연…?
BRIC '줄기세포 사건 보고서' 과연…?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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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넘어서는 과학비평의 場이 될 것인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줄기세포 사건 보고서(가칭)' 작성을 서두르고 있다. "논문 조작 사건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계 전반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으며, "남겨진 과제는 마지막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는지, (…)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에 관해 정리할 시점에 온 것"이라는 BRIC 소리마당 관리자의 언급이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BRIC은 '과학연구는 과학자들만의 소관'이라는 인식을 넘어 인문 사회학자들에게도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작성될 보고서 역시 전공을 초월한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며 과학연구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에 다시 한 번 작은 불씨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과학비평 필요하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는 일전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과학기술 정책이나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히 과학자들에게 맡겨선 안 되고, 규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연구를 가능케 하는 원천(resource) 자체가 세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학분야 연구비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과학 연구의 방향과 윤리성, 정책적 내용 등에 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김동광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고려대, 과학지식사회학)은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과학비평이 필요하다"며 "과학비평은 육성과 비판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며, 사후적인 영향을 거론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연구의 방향과 주제 설정까지를 포함하는 적극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BRIC과 같은 연구단체에서 시민들을 포섭시켜 과학 담론을 사회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학계 전반의 비윤리적 관행 반성해야...

'東'라는 네티즌은 "한 개인의 잘못된 보고서가 아닌 과학자의 전반에 걸친 잘못된 과정과 의혹, 비리, 조작 등에 관하여 폭넓게 다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이번 보고서가 (황우석) 한 개인에 중점을 두고 한다면 차라리 만들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은 곳곳에 서 눈에 띄는데, 그 배경에는 그간 과학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자발적 반성이 부족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에 대한 반대의 의견도 있다. '나국민'이라는 네티즌은 "브릭은 한국 과학재단의 정부 지원자금을 받고 있는 곳" 아니냐며, 국민의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곳이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황우석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대해 '회인'이라는 네티즌은 "브릭의 관리자는 황우석 사건 보고서를 명명백백하게 과학자들의 눈으로 증거에 입각하여 제작하자는 말을 했지 <황박 죽이기 보고서>라는 말을 한 일이 없지 않느냐"며 BRIC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황우석 찬성, 반대를 넘어서야...

소리마당 게시판 관리자는 "이번 보고서는 황우석 박사 개인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고, 논문 조작이란 사건 전체를 정리하자는 의미의 보고서"라며 "사실을 기반으로 보고서 작성이 이루어지므로 '황우석 지지나 황우석 반대'라는 어느 한쪽의 시각으로 작성되는 보고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BRIC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브릭이 황교수 반대가 다수고 서프는 황교수 지지 하는거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이런 보고서는 왜 만드는가"('맨가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프'는 BRIC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던 또 다른 사이트 '서프라이즈'. '서프'에서는 이미 지난 23일 '줄기세포 논란'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 줄기세포 보고서 작성 세부일정 © BRIC

'서프'에서 작성된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황우석 교수에게 재연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조사위는 재연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라는 질책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줄기세포 사건 보고서', 또 하나의 과학비평

BRIC은 "검찰조사를 포함한 공식적인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수사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형사법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검찰 수사와는 다르게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이 사건의 본질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이번 사건이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역사적인 사건이기에 객관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남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번 보고서는 ▲ 보고서의 목적, 의의, 범위 ▲ 사건일지(과학적인 사실 정리 포함)  ▲ 사건에 대한 인식과 대응 ▲ 전문가 진단 ▲ 첨부자료(설문조사결과, 성명서, 조사위결과, 감사원발표, 검찰조사결과 등)로 구성될 예정이고, "추후 구성안은 네티즌으로 구성된 TFT(Task Force Team)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BRIC은 밝혔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그 저작권이 BRIC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네티즌들의 이름에 있다고 전해졌다.

'과학비평'의 차원에서 작성되는 이번 보고서를 두고 '황우석 지지 혹은 반대'라는 차원에서 생각하는 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이 아쉽다. 과학비평을 이권다툼으로만 간주하는 근시안적 의식수준을 넘어 과학계의 근본적 발전을 위한 소통의 罔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의 場을 제공하는 BRIC의 소리마당이 그러한 소통의 네트워크로서 다시 한 번 기여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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