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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배하는 ‘짬짬형 인간’ 
시간을 지배하는 ‘짬짬형 인간’ 
  • 김병희
  • 승인 2022.06.2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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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재물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지만, 시간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그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다. 주어진 스물네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울고 웃고 미워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그 누구도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져갈 수는 없다. 이처럼 평등한 시간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하루를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쓰는 방법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라 모두에게 하루가 똑같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남들이 사흘 동안 붙들고 있을 일을 하루 만에 거뜬히 해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남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하는 일의 절반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하기도 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빈둥거리면서도 남보다 훌륭한 성과를 이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는데 누가 시간을 더 많이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학습 능력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내용을 들었어도 받아들이는 정도를 보면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그 차이는 결국 자신의 관심 분야에 얼마나 짬짬이 시간을 쓰며 열정을 쏟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자투리 시간을 허투로 흘려버리지 않고 관심 분야에 얼마나 몰입했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짬짬이 시간은 5분이 될 수도 있고 10분이 될 수도 있다. 자투리 시간에 부족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이메일에 대한 답신을 하거나, 잠깐 주어지는 시간을 소중히 쓰는 방법은 많다. 토끼가 잠을 자듯 자투리 시간을 알뜰하게 쓰는 사람을 ‘짬짬형 인간’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짬짬형 교수도 바람직하다. 때로는 자투리 시간을 쓰는 짬짬형 연구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 연구실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하는 연구도 나름대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다 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럴 때 짬짬이 시간을 활용해 연구 아이디어를 메모하거나 논문 검색을 한다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짬짬형 교수는 짧은 자투리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쓰면서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나아가 자투리 시간을 잘 쓰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 속담에는 이런 말도 있다. “돌아가는 물레방아에도 손 들이밀 틈은 있다.” 옛날에는 디딜방아로 벼를 찧어 쌀을 얻었다. 어머니는 절굿공이가 올라가는 눈 깜작하는 순간에 잽싸게 손을 넣어 벼를 뒤집으며 껍질이 벗겨지도록 지혜를 발휘했다. 이 속담은 늘 바쁘다고 하면서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의 핑계를 반박할 때 주로 쓰이지만, 짧은 자투리 시간을 잘만 쓰면 정말 중요한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비유할 때도 쓰인다. 즉,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순간이라도 짬짬형 인간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항상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제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만 열면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잠시 비어있는 자투리 시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시간을 허투루 썼는지 확인할 수 있으리라. 시간의 주인이 되어 짬짬형 인간으로 살아간다면, 교수들의 일상생활도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하루만 더 살고 싶어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내일이다. 짬짬형 교수가 된다면 모두에게 평등한 하루 24시간을 정말 불평등하게 25시간처럼 쓰게 될 것이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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