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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제언
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제언
  • 이중원
  • 승인 2022.05.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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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통상 기초학문이라 함은 인문·사회 분야와 자연과학 분야의 순수학문 영역을 가리킨다. 자연과학 분야의 기초학문은 흔히 노벨상과 연동된 몇몇 분야에 한정돼 있어, 기초학문은 사실상 대다수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을 통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학문의 교육 및 연구생태계는 주로 대학에 마련돼 있다. 단기적 성과를 내기가 어렵고 상업성 또한 부족하기에,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여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고 학문의 다양성을 보호하며 학문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대학이 기초학문의 교육 및 연구의 핵심 거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선 이러한 기초학문의 생태계가 계속해서 붕괴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등교육 자체가 양적 위기에 봉착해 있는 데다, 그러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대학의 구조개혁 과정을 보면 기초학문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통폐합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인문사회 학문분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주지하다시피 4차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인간 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역설적으로 인공지능 기계 등이 대체할 수 없는 인문사회 분야와 관련된 역량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널리 공유되고 있는 4C 역량,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동과 융합(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이 좋은 예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미래의 포스트 휴먼 사회로 갈수록, 인간다움의 중요성과 휴머니즘의 성숙 그리고 보다 정치한 사회윤리 시스템의 도입 등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문명사회로의 발전을 갈구한다면,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그에 병행하여 인문사회 학문분야 역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인문사회 분야의 기초학문 생태계 붕괴에는 정부도 크게 한몫을 해왔다. 과학기술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지원으로 인문사회 분야는 대학의 연구기반 위축 등 거의 고사 직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지원 현황을 보면, 2017년에 총 19조 4천615억 원의 예산 가운데 3천64억 원(1.6%)이 인문사회 분야에 투자된 반면, 2021년에는 총 27조 4천5억 원 가운데 3천226억 원(1.2%)이 투자되었다. 전체 연구자의 약 45%가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임에도 예산지원은 고작 1.2%에 불과하며, 총 예산이 30% 이상 증액되었음에도 인문사회 분야는 오히려 비중이 줄어들었다.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이 정부의 연구비 과제를 받는 수혜율을 보면,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42.1%인데 반해 인문사회 분야는 13.1%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으로 평균 수혜비용을 보면 1천430만 원 대 1억1천470만 원으로 무려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사실상 학문분야별 차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기초학문의 진흥과 관련하여 다음을 재차 제안해 본다. 제일 먼저 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재정투자의 확대가 시급하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예산지원을 대폭 늘려 학문 분야 간 균형 발전뿐 만아니라 인류의 미래 문명사회가 인간다움을 바탕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기초학문 발전에 친화적인 연구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가칭)기초학문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기초학문의 진흥에 필요한 정책 거버넌스의 구축, 재정투자의 확대, 그리고 대학의 운영 등 관련 규제의 개선 등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

또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국가 연구지원 및 관리체계의 개편, 그리고 학과의 다양성 확보와 기초학문의 특성을 고려한 대학의 제도개선 등도 필요하다. 끝으로 기초학문의 정책 수립과 사업 기획 그리고 기초학문 특성에 맞는 행정지원을 수행할 ‘(가칭)인문정책연구원’의 신설도 고려하기를 바란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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