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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 최승우
  • 승인 2022.04.2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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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마 수브라마니안 지음 | 조은영 옮김 | 동아시아 | 328쪽

오해받은 감각, 촉각을 위한 과학의 변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되찾아야 할 진짜 일상

“한국에서는 성애적이지 않으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안전한’ 접촉 문화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렵다.” _권김현영(여성학 연구자)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은 팬데믹 종식 이후에 우리가 진정 되찾아야 할 일상이 무엇인지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이 내놓는 답은 촉각 경험의 회복과 안전한 신체접촉 문화이다. 인도 출신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하며 촉각에 대한 문화 간의 차이를 경험했고, 본인 스스로가 신체접촉에 심한 거부감을 느꼈던 저자는 먼저 촉각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의 문화적 맥락을 철학, 역사, 문화, 종교 등을 통해 폭넓게 검토하고, 신체접촉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그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자신에게도 타인의 따뜻한 손길이 절실했다는 깨달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이전에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외로움과 우울감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저자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얼굴을 가린 마스크가 아니라, 온몸을 옭아매는 지나치게 시각 중심적인 문화와 친밀한 신체접촉의 결핍이라고 주장한다.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는 시기에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을 읽는 경험은 시각에 치우쳐 있는 삶을 되짚어보고,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인간다운 감각을 회복하는 귀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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