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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현상의 인문학적 탐구
다문화 현상의 인문학적 탐구
  • 최승우
  • 승인 2022.04.0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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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외 5인 지음 | yeondoo | 356쪽

다문화 사회란 다양성과 혼종성이 교차하여 존재하는 사회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하나의 ‘차별의 언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문화를 이주민의 유입과 관련하여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다문화는 성, 인종, 민족, 언어, 종교, 계급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화의 특수성으로 발생하는 다양성을 상대론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테러는 줄곧 진행되어 왔다. 물론 이를 통해 인류가 발전해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쟁과 테러는 인류의 재앙임은 틀림없다. 이러한 비극이 존재하는 이면에는 다양성의 이해를 차단하게 하는 선민적 인식과 타자에 대한 배타적 시선이 개입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는 지속 가능한 다문화 사회 실현을 기치로 설립되었다. 특히 다문화 사회의 시민들이 지녀야 하는 상호 문화성과 타자 지향성 함양을 위하여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에서는 다문화 인문학 시민 강좌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본 저서는 바로 시민 강좌를 통해 발표되었던 강연자들의 글 아홉 편을 묶은 결과물로, 교양 저서로서 세상에 내놓는다.

1장 ‘다문화 사회의 상호 문화 소통과 세계 시민 교육’에서는 다문화란 용어를 포괄하고 있는 다문화 교육 정책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상호문화주의에 입각한 교육학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타자 지향적 세계 시민 교육 방안을 제시하였다. 즉 상호 문화 역량을 넘어서 학습자를 세계 시민으로 키우는 것을 상호문화주의에 입각한 교육으로 본 것이다. 특히 세계 시민 교육의 세 가지 개념을 인지적 차원, 사회정서적 차원, 행동적 차원으로 구분하고, 세계 시민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비판적 사고, 성찰, 대화, 참여, 협동, 협력, 문제 해결 능력으로 상정하였다.

2장 ‘다문화 사회의 문화 번역과 상호문화주의 한국어 교육’은 상호문화주의를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육 패러다임을 구성하기 위해 문화 번역 개념을 가져왔다. 문화 번역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번역자의 문화로 옮기는 단편적인 과정이 아니라 두 문화 간의 차이나 갈등을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언어적 층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에 속한 많은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즉 문화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는 것으로 상호문화주의에 기반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장 ‘폭력의 극복과 평화 정착을 위한 불교의 지혜’는 특정 권력과 한국전쟁, 제주 4.3 사건과 같은 역사적 폭력 속에 있던 한국인이 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극복하여 평화를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불교의 지혜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특히 다문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낯설음은 쉽게 적대감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때 폭력은 물리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타자와의 공존’이라는 다문화 인문학의 핵심 개념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자 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내 내외부에 있는 폭력의 인식과 이에 대한 극복임을 제시한다.

4장 ‘다문화 사회에서의 에스닉 미디어의 발전과 역할’은 주류 사회의 언어가 아닌 소수 민족의 언어로 제작, 배포되는 미디어를 의미하는 에스닉 미디어 현황과 변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다문화 사회에서 에스닉 미디어가 가진 주요 사회문화적 기능에 대해 논의를 전개한다. 첫 번째 사회문화적 기능은 이주민들의 기초적인 네트워크로의 역할로, 필요한 정보 제공과 이주민 사회에서 필요한 공론장으로서 역할이다. 두 번째는 상업 기관으로서의 역할이다. 이처럼 에스닉 미디어는 현재 공론장으로서 역할과 상품으로서 기능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장 ‘고조선 문명의 민족적 정체성과 세계적 보편성’에서 환웅의 신시 문화를 주목한 것은 한갓 복고적 상고사 이해나 민족의 뿌리 찾기 작업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고대사 연구 목적의 시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자 미래형이다. 그러므로 고대사 연구를 제대로 할수록 미래 세계에 대한 전망이 더 오롯하게 열리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시 문화는 민족 문화의 유전자로서 현재형으로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인류 문화의 미래형으로 추구해야 할 보편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고조선 문명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계승해야 할 삶의 양식이자 바람직한 미래 구상의 문화적 자산이다.

6장 ‘포스트코로나 시대 생활 세계의 변화 인식과 전망’에서는 코로나 19의 창궐로 지구 생태계가 살아나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그 생태학적 순기능을 포착해야 함을 강조한다. 먼저 바이러스의 지구적 창궐이 전 세계의 인류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그리하여 기존의 콘택트 사회의 변화는 언택트 사회가 아니라 뉴콘택트 사회를 의미한다. 미래는 새로운 콘택트 사회 또는 콘택트 다양성 사회로 갈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전망이라 하겠다. 콘택트 사회의 지배 세력인 기득권이 해체되고 세대 차에 따른 노소의 능력이 전도되며, 도농의 입지가 투기에서 거주 대상으로 바뀌며, 강대국 중심의 선후진국 우열이 역전될 것이다.

7장 ‘디아스포라 현상과 문학의 상호성’에서는 디아스포라를 하나의 역동적 ‘세계’로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디아스포라를 ‘현상’으로 본다. 여기서 현상은 디아스포라
세계를 ‘살아 움직이는 작용태’로 보려고 했을 때, 드러날 수 있는 디아스포라의 존재 방식이다. 이때 문학은 디아스포라의 총체적 현상으로부터 문학적 감수성을 발휘하고, 그 현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디아스포라를 재현하고 재발견하게 한다. 역으로 디아스포라 현상은 문학을 통하여 그 현상을 기록의 체제로 반영하고 문화의 차원을 확보한다. 또한 디아스포라 현상은 작품화된 텍스트가 됨으로써 다채롭고 풍성한 해석의 그물을 갖게 된다.

8장 ‘코리안 디아스포라 정체성과 문학적 반영’에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양상과 가치를 통찰할 문학적 관심을 우리 문단이 그동안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구체적 한인 디아스포라 현상을 한국 문학의 입지에서 개성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김영하의 『검은꽃』(2003)과 김숨의 『떠도는 땅』(2020)을 선정한다. 대한민국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지향점으로, 민족주의와 세계주의 조화를 이념적으로 포괄하는 ‘세계 속 한민족 공동체’라는 명제를 강조한다. 이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가치와 밀접한 상관을 갖는 개념으로, 디아스포라의 가치와 더불어 디아스포라 문학의 미래 가치를 이제 모색해야 할 때다.

9장 ‘설화의 다문화 교육적 가치와 의미:설화의 문화 교육 효과를 바탕으로’에서는 설화가 가진 다문화 문학으로서의 교육적 가치에 대하여 문화 교육의 효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설화를 통해 문화 교육을 받은 후의 글쓰기인 ‘문화적 글쓰기’를 고안한 후 문화 교육 전과 후 글쓰기의 비교 결과, 설화의 문화 교육 효과는 총 세 가지다. ‘현대와 전통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 ‘상호 문화 교육 차원의 한국 문화의 이해’, 아울러 학습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한국 문화를 고찰하고 비판하며 수용하는 ‘서사를 통한 자기 주도적 문화 교육’을 확인하였다.

이 책은 다문화 사회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하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모든 연구자와 시민을 독자로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각장은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의 다문화 시민 인문학 강좌에 초청된 강연자들의 원고로 구성된 것이다. 제각기 다른 전공 분야에서 바라보는 다문화 사회의 인문학적 시선은 다양하지만, 그 지향점은 통합과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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