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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소통
권력과 소통
  • 신희선
  • 승인 2022.03.0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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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이 시대는 지난 밤 TV토크쇼에서 나온 말을 재탕하는 것이 곧 훌륭한 의견이요, 별 차이도 없는 것들을 권하고 팔아먹는 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곧 좋은 선택인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20대 대선이 과열 양상이 되다 보니 지금 한국 사회는 이반 일리치의 지적처럼 전문가의 말이 증폭되고 진정한 정치는 시들어가고 있다.

각 후보의 지지율 등락이 핫뉴스로 소비되고 있지만 마지막 뚜껑까지 열어보지 않고는 예단이 어려운 혼전 양상이다. 대통령을 뽑는 기준으로 공약을 보고 판단하면 좋지만 사실상 혼탁한 정치문화에서 표를 위해 남발한 공약들이 정책으로 구체화 될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후보들의 행보를 비교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먼저 ‘눈’을 볼 일이다. 후보가 어떤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떤 관점을 갖고 있고 과연 비전이 있는 인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진심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지, 연출에 따라 꾸며낸 연기를 하는 것인지 눈빛만으로도 후보자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비전은 리더가 내놓는 상품”이라는 말처럼, 국민보다 한 발 앞서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는 인물인지, 나라를 나라답게 이끌어갈 책임감 있는 리더인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능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다음은 ‘입’을 볼 일이다. 언어는 권력을 보여준다. 약자에겐 입이 없고 강자에겐 귀가 없다. 작고 낮은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대신해 말을 해 왔던 사람인지,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하는 사람인지 살펴봐야 한다. 후보 자신이 과거에 얽매여 정치보복을 말하는지 공동체의 미래 가치를 말하는지, 자신의 메시지가 있는 사람인지 누군가 써 준 원고를 그저 읽는 사람인지 자세히 봐야 한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말하는지, 그동안 했던 말과 삶이 다르지 않은 신뢰할만한 인물인지를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발’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행적이 앞으로의 갈 길을 보여준다. 어디에 주로 발길이 머물렀는지, 누구 곁에 함께 서 있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리더는 많은 대중들을 상대하지만 동시에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도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갑질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주변에 있는 이들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겸손한 권력인지, 강자의 자리에서 평생 특권만을 누려왔는지, 은연중에 많은 것을 보여주는 후보자의 발을 봐야 한다.

프레드 코프만은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이 변방이 아닌 핵심에서 일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고 하였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과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리더십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의 핵심 임무중 하나가 위기관리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함이 오히려 위기의 진앙지가 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자산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 위험사회는 빠르고 정확한 상황판단능력과 구성원의 시너지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위태로운 시대를 건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은 무한책임의 자리다.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했다. 선거가 도박이 되지 않도록 후보들을 평가하는 가늠자로서 ‘권력’과 ‘소통’을 생각해 본다.

선거는 국민들이 의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말마다 국민을 거론하면서도 편가르기와 갈라치기가 진행되는 상황에, 과연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를 위해 공동체의 내일을 위해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우리의 손에 미래가 있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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