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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와 글쓰기는 달라 … ‘演繹’에 포획된 사회-과학
탐구와 글쓰기는 달라 … ‘演繹’에 포획된 사회-과학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1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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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교수, 사회과학 글쓰기 비판

▲이기홍 교수 ©
이기홍 강원대 교수(사회학)가 최근 열린 ‘비판사회학 대회’에서 사회과학계의 논문글쓰기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이론→가설→관찰→경험적 일반화→(다시) 이론으로 나아가는 ‘논리적 연역’ 방법을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엔 몇가지 착각이 가로놓여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많은 사회연구자들이 ‘유일한 방법론’으로 추종하고 있는 가설연역적 방법은 정확히 말하면 “대상을 탐구하는 방법이 아니라 논증의 타당성에 입각하여 이론을 검증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학술논문의 글쓰기는 “가설연역적 방법의 논리적 논증 형식을 문자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교수는 여기에 세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과학에서 논리적 논증형식의 글쓰기가 갖는 장단점은 무엇인가 △대상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과 획득된 지식을 제시하는 방법이 동일한 것이 바람직한가 △대상을 탐구하는 데 논리적 논증 형식의 방법이 적절한가가 그것이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이 교수는 ‘사회학연구’에 발표된 논문 ‘자영업, 선택인가? 한국과 미국’(최문경·이명진, 2005)를 분석한 뒤 “기존문헌 검토에서 논의된 견해들을 가공하고 변형하여 한국의 자영업 증가와 논리적으로 결합시켰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정작 해명이 필요한 것은 ‘실업이 자영업의 소극적 선택증가로 이어지는 복잡한 현실’인데, “가설을 정교하게 연역하여 경험에 적용하는 이른바 ‘과학적 방법’은 ‘경험의 수집’만을 강요함으로써 복잡한 현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이나 이론 구성을 시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은 정확해보인다.

이 교수는 과학적 탐구과정을 복사한 오늘날 사회과학 학술논문의 글쓰기가 연구의 합리성을 보장해줄 수 없다며, 탐구의 과정과 구별되는 글쓰기 방법을 주문한다.

이 교수는 그런 ‘神話’에 가까운 고정관념에서만 벗어난다면 쟁점을 던지고 그걸 풀어나가는 논증형식의 글쓰기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논증적 글쓰기가 ‘만약’이라는 조건절을 벗어나는 사유에는 배타적 측면이 있어, 고립적이고 고정적 세계의 개념을 강요하는 측면이 많아, 그럴 경우 문학 등에서 사용되는 기승전결 방식도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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