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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롤러코스터, 그 인과관계·역량을 알자…‘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욕망의 롤러코스터, 그 인과관계·역량을 알자…‘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 김재호
  • 승인 2022.02.14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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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 진태원 지음 | 그린비 | 336쪽

10년 대학 바깥 강의가 책과 오디오로 쉽게 정리돼
스피노자 원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들어간 개론서

국내 대표적인 스피노자(1632~1677) 전공자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그가 10년 동안 대학 바깥에서 강의해온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을 오디오와 책으로 묶어냈다. 스피노자를 알길 원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쉬우면서도 충실한 개론서”가 바로 진 교수의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이다. 

진 교수의 학술 연구결과들만 봐도 그가 스피노자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헤겔 또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와 정치』(옮김) 등 지속적인 연구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스피노자는 헤겔, 베르그손, 마르크스, 알튀세르, 들뢰즈, 가타리, 네그리 등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스피노자 일생일대의 역작인 『윤리학』은 그의 사후인 1677년 출간됐다. 『윤리학』의 맨 마지막에서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고귀한 모든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 진 교수의 이 책은 스피노자를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귀한 책이다. 

 

스피노자는 『윤리학』을 1660년경 집필 시작해 1674년 완성한다. 『윤리학』에는 형이상학, 논리학, 인식론, 심리철학, 자연학, 인간학, 사회심리학, 정치학 같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진 교수는 “플라톤의 『국가』나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어깨를 나라히 할 만한 걸작”이라고 평했다. 

절대 신이나 관념론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자유를 신뢰한 철학자가 바로 스피노자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실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좀 더 확장시켜서 얘기하지만, 인간은 신을 이해할 수도 있다. 진 교수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저술된 책”이었다. 그 방식은 수학적 정의, 공리, 증명이었다. 

 

자신을 보존하려는 노력·역량이 바로 ‘코나투스’

‘스피노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마 ‘코나투스’일 것이다. 노력이나 경향, 분투를 가리키는 코나투스는 생명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물이나 심지어 국가나 사회와 같은 넓은 개념으로 쓰였다. 코나투스는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 코나투스는 의식적·지향적이라기보단 본성에 가깝고 항구적이다. 특히 코나투스는 신의 속성들이 각각의 독특한 실재들에 표현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의 욕망 또한 신이 지닌 속성의 일부일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코나투스는 한편으로 역량이다. 나의 욕망이 어떻게, 얼마만큼 표현되느냐는 코나투스에 달렸다. 

 

스피노자는 『윤리학』은 읽기가 정말 어려운데, 진태원 교수가 쉽게 풀어냈다. 사진=위키피디아


그렇다고 내가 술·담배·성적 욕망들을 마음대로 펼쳐도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유롭게 행동한다고 할 때 인과관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술·담배·성적 욕망이 좋아서 원하는 게 아니다. 그것들을 욕망하고 있기 때문에 술·담배·성적 욕망을 원하는 것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건 욕망은 확정된 본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진정한 행복과 능동성을 추구하는 길은 우리 욕망의 상이한 표현들인 다양한 변용들 사이의 선택과 조절의 노력”이다. 술·담배·성적 욕망은 진정한 욕망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균형잡기가 중요하다. 

철저한 논리와 개념으로 인간이 행해야 하는 윤리적 사실과 관계들을 풀어낸 게 스피노자의 『윤리학』이다. 이 어려운 책을 스피노자 전문가 진 교수의 육성으로도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지적 욕망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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