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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정책, 지평 더 넓혀야
과학문화정책, 지평 더 넓혀야
  • 이중원
  • 승인 2022.02.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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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에 ‘2022년도 과학기술문화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제3차 과학기술문화 기본계획(2020~2025년)(2020.03)에 따른 것인데, 이 기본계획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과학기술 혁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과학기술과 사회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을 줄이고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그 연결고리인 과학기술문화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수립되었다.

이렇게 과학기술문화사업은 인류의 삶을 바꾸고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의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 그리고 과학기술이 창출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모든 국민의 일상적 향유를 기본 방향으로 하여, 국가가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사업은 지금까지는 일반 국민의 과학적 소양을 증진하고 함양하는 일과,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의 산물들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 과학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2년도 시행계획에서 강조한 과학기술과 국민 간의 소통을 위한 많은 사업들도 모두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이 맥락 안에는 과학문화를 바라보는 다음과 같은 시선이 내재하고 있다. 21세기 과학문화는 첨단 과학기술이 주도하여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로서 시민 모두가 수혜자로 향유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의 지식과 활동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지적 이해는 과학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이라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의 전문성과 그로부터 생산된 산물에 대해, 일반 대중은 계몽의 대상이자 수혜자에 불과하게 된다. 과학기술이 혁신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활세계를 바꾸며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명의 대전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잘 적응하려면, 과학 지식과 활동 그리고 그 산물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소양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과학문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기술적으로 어떻게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흉내 내고 어느 수준까지 모사하며 우리의 삶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고 인류 문명사회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주도해 나갈 과학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과학문화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미래의 포스트 휴먼 시대가 다가올수록, 인간은 이 새로운 기술 문명에 적응하고 인공지능 로봇이나 사이보그와 같은 새로운 기술적 존재자들과 공존하기 위해, 휴머니즘에 대한 재고를 포함한 새로운 가치체계와 윤리 담론을 필요로 할 것이다. 과학기술로 인한 인간 삶의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거나 어떤 위험 상황을 야기하지는 않는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지, 한마디로 미래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의 책임 있는 발전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 또한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과학문화라면,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정립하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을 높여, 과학기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삶이 공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일반 대중을 계몽의 대상이자 수혜자로 보는 일방향적 관점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인간 사회가 상호 공진화한다는 양방향적 관점에서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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