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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2: 신임교수 5명의 향후 연구계획
기획취재2: 신임교수 5명의 향후 연구계획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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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시대 교육시스템 해부 … 꿈 많아도 현실화 힘들어

전임이 된 신임교수들이 마음놓고 매달리고 싶은 일은 바로 ‘연구’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교육·연구·봉사,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하며 회의, 잡무 등에 시달리다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책과 연구가 어느새 손에서 떠나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임교수들은 연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올 하반기 임용된 교수들이 앞으로 학계를 어떻게 일궈나갈 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간 조선후기사 쪽에서 활발하게 저작활동을 해온 김문식 단국대 교수(인문학부)는 단기와 장기로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향후 5년 내에 가시화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다. 그 첫째가 전통시대의 교육시스템 연구다”라고 말한다.

이미 왕세자교육을 연구해왔던 그는 앞으로 국왕교육과 당시 사대부 최고기관인 성균관 교육을 연구하겠다고 밝힌다. 둘째 과제는 국가전례 연구인데, 최근 ‘의궤’란 책을 냈듯이 “국가의식을 통해 조선의 통치시스템을 파악코자 하는”것이다. 최근 경복궁에서도 전통의례가 재현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의 실제 운영과 그 상징적 의미들을 연구하는 건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언어로 한국철학사 서술

나아가 한·중·일 세 국가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동시대의 한국을 좀더 객관화시키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이런 단기과제들은 궁극적으로는 왕실문화 연구를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방대한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김 교수는 여러 전공자들과 뜻을 모아 규장각, 장서각, 고궁박물관 등의 자료부터 수집·분석해 기초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동아일보 학술담당 기자 출신인 김형찬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큰 틀에서 “한국유학을 보편화”하려는 뜻을 품고 있다. 한국유학이 아직까진 실천을 담아낼 방법론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더러, 보편적인 언어로 서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연구계획은 수양론, 종교관, 자연관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실천을 보편 언어화하려는 것이다. 조선유학은 사실 가까운 시대에 볼 수 있는 하나의 성공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잘 살린다면 한반도는 아메리카제국의 변방에서 중화제국의 변방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소통의 주체로서 높은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그는 여태까지 理氣 개념을 중심으로 이황, 이이, 임성주, 기정진, 홍대용 등을 거쳐 최한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연구해왔던 것이다. 

우리시대 젊은 도전적 비평정신을 전범을 보여줬던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문예창작학과)는 현장비평과 학문 사이에서 여러 교차점들을 찾아내 연구주제들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먼저 그는 “작가와 독자의 현대적 위상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는 지식인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문학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는 독자의 정체성과 위상을 짚어보려는 것이다. 이는 현장비평에 열심이었던 평론가가 한국문학의 위기론을 현장분석을 통해서 구체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와 독자의 현대적 위상” 탐구할 것

또한 ‘국문학권력의 계보’를 통시적으로 검토하려는 것도 중요한 계획 중 하나다. 근대문학장의 질서가 자리잡히기 시작한 191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문학제도와 문학장의 역학관계를 탐구해볼 계획이라 한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의회와 대통령 지지 연구를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다. 우선 여태껏 학진 프로젝트로 진행해왔던 대통령 지지율 분석작업을 계속해, 김영삼 정권부터 현 노무현 정권까지의 지지율에 관한 것을 곧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공동연구로 진행하고 있는 건 ‘한국의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분석’이다. 특히 현 17대 국회에 대해 자세히 들어가려 하는데, 곧 국민의식조사 설문에 착수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과제로 꼽고 있는 건 ‘경선’이라고 한다. 가 교수는 “한국도 미국처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모두 경선제도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곧 이 주제를 연구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전공 이외의 연구도 각오한다”

이상경 한양대 교수(생명공학부)의 연구분야는 RNA interference를 이용한 세포치료다.

이로써 3가지 목표를 달성코자 한다. 첫째, 줄기세포에 RNAi를 적용시켜 바이러스에 대해서 저항력을 갖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형된 줄기세포는 세포치료에 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Resting 세포로의 전달방법도 중요한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나아가 특정세포로의 siRNA 유전자 전달방법을 연구하려 한다.

인체 내의 필요한 부분에만 siRNA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이러한 연구들을 바이러스에 의한 병의 치료방법 뿐만 아니라, siRNA의 특정세포로의 전달기술 개발로 암 등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교수들이 연구의 포부를 갖고 있지만, 연구현실에 맞게 연구주제를 타협해나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국책연구소에서 대학으로 옮긴 곽재수 항공대 교수(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는 “사실 신임교수가 연구계획을 뚜렷이 말하긴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 한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곽 교수의 전공은 가스터빈에서의 유동 및 열전달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 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펀드를 따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 그런 와중에 학교에서는 신임교수에게 일정한 연구성과와 연구비 수주를 원하고 있다.

때문에 곽 교수는 학진이나 과학재단 등에서 소규모의 과제에 지원해 연구비를 수주해 그에 맞는 전공연구들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구비는 고작 연 2천만원 정도며, 그것도 1년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곽 교수는 이런 현실 때문에 “전공과 관련없는 일들을 어느 정도는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예전에 국책연구소에서 했던 일들 가운데 일부를 의뢰받아 조그만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곽 교수는 “연구실의 실험 기자재 등을 구입하고,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해결하는 동시에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동시에 수행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하면서도 당분간은 관련성이 적은 일들도 수행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사 전공인 황인규 동국대 교수 역시 계량화된 연구업적 평가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빡빡하게 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황 교수가 무엇보다 이뤄내고 싶은 연구는 기초학문적인 작업들을 탄탄히 세우는 것. 이를테면 실록이나 문집류 역주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연구업적으로 계량화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매년 최소한 요구되는 분량 이상의 연구논문은 당연히 쓰고, 또 따로 시간을 내서 불교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나타난 사실들을 분석하고, 불교관련 서적 집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황 교수는 각오를 다진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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