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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고정관념이 더 힘들다”
“취업? 고정관념이 더 힘들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9.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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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취업전선에 뛰어 든 교수들

#1 이제 중간고사다. 우리는 업체로 간다
수업이 없는 중간고사 기간은 취업전담 교수들에게는 업체 탐방 기간이다. 교수들에게도 취업시즌이 돌아 온 것이다. 업체 사장들을 찾아가 “우리 학생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뛰어 다녀야 한다. 광주지역 J대학의 김 교수는 지난해 겨울방학때 20군데 업체를 돌아 다녔다. 지역 내 업체에서부터 서울·경인지역까지 뛰어 다녔다. 동문 사장들에게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학생 1명씩 취업을 약속 받기도 했다. 업체 사장들에게 2~3번씩 부탁을 하면 업체에서도 할 수 없이 뽑아 주기도 한다. 학기중에는 수시로 전화를 건다. 이렇게 ‘취업 약속’을 받아와도 정작 학생들은 중소업체를 기피한다. 대기업은 부탁한다고 뽑아주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손쓸 방법이 없다. 학생 취업률은 신입생 충원율로 이어져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2 4학년 휴학생도 점차 늘고
경남지역 00대학 국어국문학과 ㅎ 취업전담교수. 좀 있으면 대학자체에서 조사한 학과별 취업률 통계를 교수들에게 공개한다. 11월부터 통계가 나오면 한달에 한번꼴로 갱신된 취업률이 공개된다. 학과 차등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당연히 부담이 생긴다. 교수업적평가 봉사업적에 ‘취업지도’ 실적이 포함된다. 사회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 개편을 위해 노력중이다. 국문학은 진출범위가 넓지 않다. 학원강사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방송작가를 선망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그래도 전공분야의 일을 찾고 있어서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4학년 학생들의 휴학이 잦아지고 있다. 면담을 해보면 해외 어학연수나 공무원시험 준비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모두들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한다. 학생들의 기대치는 높지만 현실이 안따라줘 안쓰럽기도 하다.

▲ © 일러스트 이재열

취업시즌이다. 학생들만 바쁜게 아니다. 교수들도 너나없이 바쁘게 뛰어 다닌다.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고등기술원이 전국의 이공계 교수 2백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취업지도와 관련된 교수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절반 이상의 교수들(55%)은 취직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을 보면 신입생 교육이나 연구지도에 정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40%)보다는 지방대학의 교수(63%)들이 스트레스지수가 더 높다. ‘별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29%였다.

최근 2년간 학부 졸업생들의 취직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에 부탁을 하거나 취업 관련 행사를 주도한 경험이 있는 교수는 80%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자주 한다’는 교수는 지방대의 경우 25%, 수도권대는 5%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하면 심적부담이 크다. 취업률 공개에 따라 스트레스가 쌓인다”면서 “솔직히 취업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대학이 이제는 학문도 학문이지만 취업이 우선시 되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교육부가 대학별·학과별 취업률 공개 방침을 밝히면서 학생 취업률은 대학살생부의 기초 자료로 쓰여지지 않을까 우려가 깊다.

특히 지방대에서 학생 취업문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동서대 누리사업단의 취업담당 관계자도 “지역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취업률”이라면서 “하지만 평가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지만 교수를 평가하는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취업이 대학만의 몫은 아니다”면서 “정부와 기업, 대학이 나눠야 할 몫이 있는데 교수에게만 책임을 돌리려는 분위기에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누리사업은 특히나 더 학부생 취업률에 신경이 쓰인다. 학부생 취업률이 사업단을 유지하는 주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 업체에 우수인력을 배출해 지역산업의 혁신을 이끌자는 게 누리사업의 주요 목표인데, 정작 우수한 학생들은 대기업·공사를 선호하거나 공무원시험 준비에 바쁘다.
하옥남 조선대 누리사업단 취업담당 팀장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공기업이나 대기업 공채를 선호한다”면서 “중견기업나 중소기업은 교수들이 추천을 해줘도 3D업체라서 기피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지역에 토착할 수 있는 취업 기반이 안돼 있다는 점이 학생 취업지도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최근부터 취업지도를 강조하고 있는 경희대 지리학과의 한 교수는 “취업지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실용성을 가질 수 있는 교과과정 개편 등 실질적인 교육의 내용을 내실화 하는게 더 중요하다”면서 “취업지도도 기술적인 차원의 지원은 대학에서 맡고, 교수들까지 취업을 위해 돌아다녀서야 되겠나”라며 지방대 교수들과의 인식차를 보이기도 했다.

또 지난 2003년부터 전국 권역별로 여성부 지원으로 설립된 여학생커리어센터도 여학생 취업지원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충남대 여성커리어센터 관계자는 “여학생들은 지역의 중소업체에 취업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면서 “학생들이 알아서 지역의 유망 중소업체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대학도 노력을 하겠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런 부분에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9년부터 취업지원센터 소장을 맡기 시작해 지난해 ‘인적자원개발처’로 격상돼 초대 처장을 맡을 때까지 이 분야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석근 처장은 무엇보다 대학구성원들의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체 구성원의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게 제일 힘들었다”는 박 교수는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의 차이,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차이에 따라 ‘취업문제’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기업은 정말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호소하는데 현실의 어려움을 들어 학생들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식의 지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하자는 마인드로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처장은 전공교육외에 커리어교육트랙도 따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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