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1:00 (금)
파네지릭
파네지릭
  • 이지원
  • 승인 2021.11.11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 드보르 지음 | 이채영 옮김 | 필로소픽 | 212쪽

 

『파네지릭Panegyrique』은 기 드보르의 회고록으로, 사회이론가, 영화감독,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을 이끈 아방가르드 예술가, 68혁명의 중심에 선 혁명가였던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겼다. 그는 1967년 저서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스펙터클’ 개념을 처음 제시하며 광고나 영화, TV쇼 등 소비주의 사회에서 생산된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바꾸는지 폭로하여 당시의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첨단 미디어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지금도 그의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파네지릭』은 지금껏 독자들이 접한 적 없는 실험적인 형식과 아름다운 산문으로 쓰인 자서전이다. 사진, 만화, 선전문, 텍스트 등이 교차하면서 풍성한 결을 만든다. 기 드보르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온갖 명성을 거두어낸 뒤에 오로지 진실만을 전할 것이라고 쓴다. 그는 맹목적인 찬양인 파네지릭panegyrique과 거짓 언어로 뒤덮인 퇴폐의 시대를 글로 가로지르면서, 삶을 어떻게 진실하게 살지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한다. 우아한 바로크적 문체를 지닌 그의 문체에는 심도 있는 사유가 자연스레 배어나온다. 이 책은 기 드보르를 처음 접한 독자에게는 우아하게 가난한 삶을 산 그의 삶과 사유를 만나보는 입문서가, 그를 이미 아는 독자에게는 스펙터클이라는 개념의 탄생배경과 작가가 스펙터클에 저항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