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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공동체 기반 집합주의가 답
팬데믹 시대 공동체 기반 집합주의가 답
  • 유무수
  • 승인 2021.10.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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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뉴노멀을 넘어』 백원담 외 2인 지음 | 소명출판 | 151쪽

무한경쟁·각자도생 신자유주의 개발 노선 아니라
도시화 의제를 마을의 공동체 중심 의제로 전환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을 묘사할 때 서구에서 사용한 수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아시아적 권위주의, 아시아적 집단주의”였다. 이에 대해 성공회대 백원담 교수(인문융합자율학부)는 “공동체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힘”이 뒷받침 되는 집단주의였다며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팬데믹 상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백원담 교수가 소장인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코로나 팬데믹 의제와 관련, 웨비나시리즈를 기획하여 국립 인도네시아대학 멜라니 부디안타 교수와 대담을 나눈 내용과 대담  참여자들의 기고문을 편집하여 아시아적 이해를 모색한 것이다.   

책의 전체 내용은 대담 사회자인 이기웅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가 기고문에서 제기한 질문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팬데믹은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체제는 실제로 파국을 맞았고 그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가? 팬데믹 이후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부디안타는 이 질문들에 ‘있다’는 관점을 표현했다.

인도네시아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가짜뉴스’로 혼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천여 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2억7천만 명의 국민이 1만7천여 개의 섬에 거주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37.32%만이 읽기가 가능하지만 1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부디안타는 농촌 공동체 마을들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사회적 활동과 교류가 증가한 현상을 주목했다. 부디안타에 의하면 ‘룸붕(Lumbung)’이라는 마을의 곡식창고가 “도시화나 농촌재개발 등의 신자유주의적 의제들을 생태적이고 공동체 중심의 의제로 전환”하는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룸붕은 마을이 공동으로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이며, 이는 기근을 대비한 주민식량이다. 자연파괴, 무한경쟁, 각자도생으로 돌진하는 신자유주의의 노선은 ‘환경, 공동체,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룸붕의 전통에 역류한 것이었다. 부디안타는 룸붕을 마을의 문화, 지식, 역사, 전통의 영역까지 확대하고 다른 마을과 소통하면서 마을문명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역공동체의 상호협력을 지향하고 확대하는 문명이다.

코로나19 방역초기 국면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집합주의적 정치문화를 지닌 국가가 대응에 성공적이었다. 작은 정부와 개인주의를 바람직하게 여기던 서구는 오히려 방역에 실패했다. 자본축적의 논리에 의해 제조업을 노동력이 싼 국가로 대거 이전시킨 미국은 마스크가 모자라서 헤맸다. 이기웅 교수는 하향식 집합주의가 아니라 공동체 기반의 집합주의가 코로나 이후 대안적 가치체계로 검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디안타가 강조한 룸붕은 공동체 기반의 집합주의에 해당할 것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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