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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수로 드러난 바이든 정부의 패착…대외전략 예측 무성
아프간 철수로 드러난 바이든 정부의 패착…대외전략 예측 무성
  • 서정건
  • 승인 2021.10.1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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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교수 '아프간 철군과 미국 정치 변화, 그리고 한반도 이슈: 역사, 리더십, 선거 관점에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베트남·이라크 파병과 철수를 떠올리게 한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하면서 난민 문제 등 국제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과연 그 과정에선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지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로 인해 미국 정치가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에 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제주평화연구원에 쓴 「아프간 철군과 미국 정치 변화, 그리고 한반도 이슈: 역사, 리더십, 선거 관점에서」(2021-1)를 게재 동의를 얻어 소개한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펼치던 외교위원장 출신 바이든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국정 운영과 리더십·소통 능력 비판 받아

이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는 1975년 4월 포드 대통령 당시 미국의 베트남 철수를 떠올리게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을 승계하여 대통령직에 오른 포드 역시 자신이 시작하지 않았던 베트남 전쟁을 끝내야 하는 숙명을 맞았다. 떠나려는 미군 헬리콥터에 올라타려던 미국 국민과 베트남 난민들의 이미지가 카불 공항과 군 수송기 등 장소와 종류만 바뀌어 재연되었다. 

지난 1일 탈레반의 한 군인이 금요일 정오 기도 전에 꽃을 들고 있다. 사진-AFP/연합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뿐만 아니라 건물 옥상에서 허둥지둥 미국민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장담하던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바로 한 달 전이었다. 물론 차이점도 적지 않다. 포드의 베트남 철수 직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다소 올라간 반면 바이든은 약 20퍼센트 넘는 지지율 급락을 경험하였다. 또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공화당 대통령의 베트남 철수를 적극 지지하였다. 반면 현재 의회 소수당인 공화당은 민주당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에 대해 재앙에 가깝다며 비판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을 싸잡아 비판한 체니 의원의 지적은 일회성으로 끝났고 대신 공화당 상원 의원 두 명이 바이든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인 하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은 향후 탈레반 정권이 아직 탈출하지 못한 미국 민간인을 인질로 잡는다면 대책이 무엇인지도 추궁 중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보여주는 정치 현실

이번 철군을 계기로 재확인된 단순 사실 하나는 바이든이 예전의 상원 외교위원장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 이후에 등장한 대통령 바이든이라는 점이다. 마치 트럼프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선거 공약을 당선 후에 철저히 지킨 근래 보기 드문 대통령이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처럼 바이든 역시 미국 국민의 달라진 대외 관계 인식을 충실히 따르는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다. 백신 접종이나, 기후 위기, 그리고 낙태 문제 등 전통적 정당 양극화 이슈는 별개로 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 군사적 개입에 대한 반대 등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남겨 놓은 미국 우선주의를 순화시킨 버전으로 그대로 유지 중이다.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상원 의원이 된 이래 바이든은 주로 남부 출신 보수파 중진 의원들에게 정치 훈련을 받으며 미국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입장을 옹호해 온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프간 철군 관련해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2002년 이라크 전쟁 찬성이라는 상원 표결 이후 한 동안 정치적 곤경을 치렀던 바이든이므로 군사적 개입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대 국제 협력 관심사인 기후 위기 분야, 혹은 역대 정권이 해결 못 해온 북한 비핵화 분야 등에 있어서는 외교위원장 바이든의 사고와 레토릭이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간 선거 이전이나 이후, 혹은 다음 대선 국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치 성과 못지않게 외교 업적에 욕심을 낼 법하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 중심으로 만천하에 공개된 아프간 철군 과정의 혼란과 테러야말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과 리더십,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 등을 근거로 공화당의 반격 거리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날아든 8월 16일 이후에야 미국 국민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허둥지둥 철수시켰던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정치적 위기에 빠져있다. 물론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합의하였던 올해 5월 1일 철수 날짜로 인해 지난 20년간 미국이 훈련시켰던 아프간 정부군이 이미 저항 태세와 능력을 거의 상실해 버렸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전역 지배는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이라 자신했던 점은 패착이었다. 

게다가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과 긴밀히 철수와 관련된 상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사국들은 이를 부인하며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끼는 중이다. 왜 민간인 철수를 먼저 완료하고 난 후 마지막으로 군대가 빠져나오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바이든 친화적 매체 CNN의 앵커 질문에 블링컨 국무장관은 반복적으로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보 당국의 예측 착오, 대통령의 부실한 철군 계획과 결정, 미디어를 통한 국민 설득 부족 등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리더십 실패는 그야말로 총체적 양상이었다. 아직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미국 국민이 만일 알케이다 테러에 희생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악몽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내 델타 변이 상황은 악화일로인 데다가 8월 중 일자리 창출은 단지 25만 개에 그침으로써 70만 개 이상일 거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지지율은 43퍼센트까지 추락하였고 중도층 지지율은 7월보다 10퍼센트나 줄어든 36퍼센트에 머물렀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간 증후군 비교 분석해야

철수 과정상의 시행착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잊혀 진다면 아프간 철군으로 20년 전쟁을 끝낸 미국은 앞으로 어떤 국내 정치 정서 하에 어떤 대외 전략을 구축하게 될지 예측이 무성하다. 물론 대다수가 동의하는 전망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 완료 시점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 내용 중 밝힌 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한데 묶어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강화다. 아프간이라는 밑 빠진 독에 쏟아붓던 재정과 군사력을 확보하게 된 현재 구겨진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우위를 과시하려는 동기는 충분하다. 

동시에 미국 외교사의 주요 분기점인 베트남 증후군 및 이라크 증후군 그리고 이후 아프간 증후군까지 비교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베트남 증후군 경우 닉슨-포드-카터 당시의 화해(detente) 무드로 이어졌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국민들의 자존심 회복과 군사력 증강에 호소한 레이건의 등장과 공화당 우위 시대가 펼쳐졌다. 이라크 증후군 역시 2008년에 발생한 최악의 금융 위기와 겹치며 이후 오바마의 “국내 건설 우선” 주장,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연결되었다. 앞으로 이라크 증후군이 아프간 증후군을 통해 더욱 강화된 결과 미국 축소주의(retrenchment)까지 끌어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적극적 국제주의로 방향을 다시 한 번 틀게 될 것인지 관찰해 볼 일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미국 의회 정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인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2019)와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공저, 2017)는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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