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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평_古음악의 세계를 아는가
예술비평_古음악의 세계를 아는가
  • 박창호 고음악평론가
  • 승인 2005.06.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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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아무리 아름답고 고상해도 우리는 이미 그것에 식상해 있다. 도처에 쇼팽의 피아노 곡과 모차르트의 협주곡, 베르디의 오페라, 베토벤 교향곡 뿐이다. 그렇다면 음악에 대한 식욕을 어떻게 되살려 놓을 수 있을까. 그런 이들에게 고음악을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클래식’이라 불리는 고전주의나 낭만주의도 좋지만, 무엇보다 ‘음향의 순수함’을 줄 수 있는 건 고음악의 순수한 선율, 바로 그것이다.

고음악으로의 초대
고전음악(Classic Music)은 말 그대로 ‘학교의 교실 (Class)’에서 가르치는 모범적인 음악이라는 뜻과 비교적 엄격한 악곡형식을 지닌 ‘고상하고 품위 있는(classic)’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반면 ‘고음악’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대음악에서부터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초기 바로크 시대까지의 고전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고음악(Ancient Music)’과 ‘고전음악(Classic Music)’을 구분하는 기준은 시간의 선후관계에 의존한다. 말하자면 고음악은 ‘고대의 고전음악’이다.
고음악의 고유한 음악 양식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세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가톨릭 교황의 이름을 딴 이 성가는 라틴어로 부르며 무반주 단선율의 극치를 보여줘, 열린 우주가 아닌 닫힌 우주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갑자기 세상은 일신론적 세계로 환원되면서 종교적인 복종의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것은 신앙에 헌신함으로써 부활하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 여기서 음악은 일신론적 신의 목소리 그 자체다.


성가 못지않게 활발했던 게 중세의 세속가창이다. 성가에는 ‘성서’의 핵심이 망라돼 있으며, 세속가창의 가사에는 중세와 근대의 모든 시문학적 텍스트가 동원돼 있다. 세속적인 단선율 가창인 그레고리 성가와 달리 악기반주가 곁들어졌다. 세속가창은 11세기 중반~13세기 중반까지 프랑스 남부에서 활동하던 트루바두르의 가창 칸소, 트루바두르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 북부의 가창 칸티카, 프랑스 북부 트루베르의 시가 상송 등으로 나뉜다. 이들 대부분은 ‘사랑’과 ‘삶의 애환’을 노래했다. 특히 트루바두르의 영탄적인 연가에서는 느리고 장중한 음률이 고도로 세련된 단선율 가창의 면모를 보여 듣는 이의 가슴에 사무친다. 지극히 세련되고 그윽한 향기를 발하는 연가는 탄식의 굴곡을 만들어낸다. 고요하게 울리는 단선율의 영탄은 벨 칸토의 화려함을 넘어서며, 그레고리오의 종교적 숭고함조차 초월한다. 바로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정신적 희열을 맛보게 된다.


세속음악에는 순수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예술애호 정신(딜레탕티즘), 인본주의 정신, 그리고 일탈에서 광란까지 추구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축제의 정신이 있었다. 바로크 시대의 궁정 아리아나 바로크 오페라의 벨칸토 창법으로 불려진 아리아들이 딜레탕티즘을 추구했었고, 바로크 오페라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극들이나 신화들을 음악화하는 인본주의 정신을 보여줬다. 아르칸젤로 코렐리에 의해 중세의 무곡으로부터 채보된 ‘라 폴리아(광란)’양식의 기악곡은, 디오니소스적 축제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음악이다.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그렇다면 고음악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고음악이라 해서 고전음악 감상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그냥 마음에 드는 선율 하나를 골라 아무 생각 없이 듣는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가나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 아니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나 비발디의 ‘사계’, 무엇이든 좋다. 예를 들어 널리 알려진 ‘푸른 옷소매의 환상곡’은 바로크 시대 영국의 창극집 ‘거지들의 오페라’에서 소박하게 연주하던 대로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작곡가 카치니의 ‘아미릴리, 내사랑.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치 않으리’라는 단조로운 선율이 우리 청각 속으로 스며들게 내버려 두면 된다. 중세 음유시인들이 부르던 사랑의 낭송, 르네상스 시대의 입체적인 화음 성가, 바로크 시대의 통주저음을 동반하는 소나타, 바로크 오페라에서 카운터 테너가 부르는 벨칸토의 아리아 다카포를 들으며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대생활에서 그야 말로 새롭고, 감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특히 바로크 악곡형식의 중요한 특징인 ‘통주저음basso continuo'은 고음악을 감상하는 데 커다란 매력을 더해준다. 기준선율에 저음역의 대위법적인 화음을 제공하는 통주저음은 고음악에 고음악에 풍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바흐는 통주저음을 '신의 화음’이라고까지 찬탄하면서 통주저음이 없는 곡은 음악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최근 조르디 사발과 에스페리옹 21의 내한공연은 고음악의 부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르디 사발이 우리에게 알려진 건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통해서였는데, 17세기 프랑스의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며 작곡도 했던 생트 콜롱브와 마렝 마레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 그는 정격 연주가 무엇인가를 알려줬다. 정격연주란 곡이 만들어진 시대의 작곡가의 의도를 중시하여 곡을 연주하는 것을 의미하며, 악기도 현존하지 않는 당대의 악기들을 복원해 연주한다. 정격 연주가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건 1970년대 이후 일이다. 아르통쿠르와 레온하르트의 역사적인 바흐 칸타타 전곡녹음이 시도되었고, 영국에서는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트레버 피노크, 존 엘리어트 가디너, 로저 노링턴 등의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조직하면서 정격연주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흐 이전의 레파토리를 발굴해나갔고, 또 베토벤 이후의 음악 해석에도 몰두하면서 점차 폭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이들은 악기를 하나하나 재발굴해나가는 학자이기도 했다. 현대적 의미의 오케스트라가 형성되면서 악기는 꾸준히 개량돼 왔는데, 그러나 고음악을 그대로 복원해내기 위해서는 당대의 악기가 필요했던 것. 따라서 비올족, 류트족 악기 등과 거트 현악기, 내추럴 트럼펫, 좁은 구경의 호른 등이 복원되고 있다. 이때는 템포가 오늘날보다 훨씬 빨랐고, 아티큘레이션과 다이내믹, 비브라토 양식도 대단히 달랐다.


이처럼 오늘날 고음악을 새로이 해석하는 정격연주자들은 하나의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흐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류 음악의 해석이나 레파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20세기라는 시대에 전통을 진정으로, 그러나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해 되살려 놓아 새로운 선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창호 / 고음악평론가
필자는 파리 제10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과 미학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민속음악, 고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클래식의 원시림 고음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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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You 2006-10-08 01:48:50
바로크 음악은 근대 음악의 기반이다. 그레고리안은 모든 서양 음악의 바탕이다. 현대 음악도 이들을 빼 놓고 진정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음악사를
배울 때 모두 Ancient Music 부터 배우고 가르친다. 이 정도는 보편화 되어있다.
음악 양식과 음악의 악곡 형식등 용어 풀이등이 뒤죽 박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