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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일본의 근대
재봉틀과 일본의 근대
  • 이지원
  • 승인 2021.09.0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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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고든 지음 | 김경리 옮김 | 소명출판 | 437쪽

'남성’ 중심에서 ‘여성’으로까지의

확장을 알려주는 역사 ‘재봉틀’

 

 

앤드루 고든은 일본문화사 연구자로서 『일본의 200년-에도시대부터 현대까지』와 『일본노동관계사 1853~2010』을 통해 일본 근대사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근대 국가 형성과 유지가 ‘남성’ 주도에서 ‘여성’으로까지 확장되도록 한 여성의 ‘사회적 노동’에 주목했다.

또 저자 고든은 일본의 근ㆍ현대사가 ‘재봉틀’이라는 근대적 브랜드 상품의 ‘소비자’이자 이를 적극 활용하여 경제적 자립을 하는 ‘생산자’로서 여성의 역할도 국민국가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는 새로운 연구 시각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 다국적 기업인 싱거 미싱사가 일본 시장에서 전개한 판매전략-신용카드, 할부 구매, 직접 판매-을 통해 ‘만들어진’ 일본형 세일즈맨들이 일본 여성들을 어떻게 ‘소비자’로 만들 수 있었는지 ‘재봉틀’의 지역화 과정을 세밀하게 고찰했다.

또 노사분규를 통해 완성한 일본식 고용 시스템과 전후 일본의 경제 부흥을 위한 일본 토착 제조사들의 산업화 과정, ‘시간 이용’ 통계를 통한 사회조사 분석의 활용, 마지막으로 화양 복장의 수용에 따른 문화적 아이덴티티의 혼재와 같은 생활문화사 전반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는 신선했다.

여성들의 무임금 가정 노동력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의류 제작의 공장화로 줄어든 반면, 경제 가치를 갖는 부업 노동력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가정의 의류 관련 노동력은 재봉틀에 이어 세탁기의 등장과 함께 최근에 발매된 ‘건조기’와 ‘의류 살균기’를 통해 대부분 해결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저자가 언급했던 근대 일본,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의 일반 가정 안팎에서 재봉틀 노동력을 제공하며 ‘소비자’로 ‘만들어진’ 여성들은 이제 가정과 관련된 모든 소비를 ‘관리’하는 ‘전문 가정주부’로 대체되고 있다.

재봉틀 노동력 대신 다양한 능력으로 경제력과 함께 소비력을 갖게 된 근대 여성은 20세기 경제의 주체와 소비가 남성 중심이었다는 편향적 사고를 비트는 명쾌한 연구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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