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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6년째 맞는 공학교육인증제를 점검한다
도입 6년째 맞는 공학교육인증제를 점검한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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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갖고 가르치게 됐다"…업적평가와 연동시켜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목표로 도입된 공학교육인증제가 도입 6년을 맞고 있다. ‘불량품만 양산하고 리콜 없는 교육’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공학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에, 각 대학이 적극 호응하고 있어 인증 받는 대학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998년 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된 이후, 2001년 동국대와 영남대를 필두로 2004년까지 모두 14개 대학 89개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았다. 올해에는 14개 대학 74개 프로그램이 인증 준비 중이며, 특히 올해 처음 시범 실시하는 컴퓨터정보기술인증프로그램(CAC Computing Accreditation Commission)에 5개 대학이 인증준비 중이다.

여섯 돌 맞는 공학교육인증제

공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으며 각 대학이 커다란 호응을 보이고 있지만, 공학교육인증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공학교육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겨우 여섯 돌을 맞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공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교육 의지를 꺾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졸업생과 고용기업주로부터의 피드백, 재학생과의 일대일 심층상담, 졸업논문을 대체하는 공학과제의 지도, 새로운 공학교과목의 개발 등이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대학에서는 필수적이지만, 교수들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수업적평가는 여전히 SCI 논문 게재로 대표되는 연구업적평가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공학교육 개선 노력을 업적평가로 인정해주는 대학이 전무한 상태다. 권오양 인하대 교수(기계공학)는 “오로지 논문 숫자로 평가하는 현재 교수업적평가시스템에서 젊은 교수들은 조교수, 부교수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공학교육개선에 노력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한다.

현장경험이 있는 교수를 더욱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예를 들어 설계 과목을 가르치려면 현장에서 생생한 경험을 가진 교수진이 상당수 포진해야 하는데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ㅇ대 화학공학부의 경우 설계과목을 위해 SK에서 근무했던 이를 교수로 영입했고, 현장실무자를 겸임교수로 채용한 상황이지만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듯이 보였다. 해당 대학의 어느 교수 역시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좀 더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실무형 엔지니어를 요구하는 기업도 대학의 요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경우처럼 학생들이 방학 때마다 현장실습을 나가서 산업현장에서 노하우를 익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 기업 분위기상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기업의 노하우로 연관시켜 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기업이 공학교육인증평가에 참여해 냉엄한 비판과 지원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교수들은 주장한다.

또, 졸업생 채용에 있어서도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시옥 영남대 교수(화학공학)는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인증을 받은 학생들이 입사원서 제출 시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드물다”라고 꼬집는다.

물론 공학교육인증 후 대학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 이전보다 두 배에 가까운 전공과목과 수학·과학·전산 과목 등의 전공기초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공학설계·공학경제·공학법제 등 공학기초소양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등 강화된 전공교육을 받게 됐다. 교수들은 학기 중에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학기말에 ‘지속적 품질 개선서’를 학과에 제출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학생의 성취도를 점검하는 면담을 실시하게 됐다. 또 학과 차원에서는 졸업생과 고용기업의 의견조사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인증평가에 적극 참여해야

무엇보다 크게 변화된 것은 교수들의 공학교육에 대한 인식이다. 유인근 창원대 교수(전기공학)는 “이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졸업하고 3~5년 후에 갖추게 될 자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인증을 받기 위해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지향적인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공과대학 교수들의 관심사항은 SCI 논문 게재, 연구 프로젝트 수주에만 집중됐을 뿐, 공학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게 사실. 어느 교수의 고백처럼, “대학교수면 교육도 저절로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공학교육인증이 애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대학과 교수들의 불순한(?)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공학교육인증제가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해주는 만능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김덕규 경북대 교수(전자공학)는 “형식을 바꾼다고 해서 기업에서 우리 학생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급한 기대를 하는 교수들이 많다”라고 말한다. 공학교육인증제가 경쟁력 있는 졸업생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지만, ‘극적으로’ 취업률이 올라가고 산업체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긴 시간을 두고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에 기여한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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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인증 2005-05-10 10:17:43
취지는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엄청난 잡무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행정인력의 보충이나 새로운 투자가 있는 것도 물런 아니겠지요.
도대체 좋은 교육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낮은 학생대 교수비, 시설 및 장비에 대한 투자비 이두가지 이외에 다른 평가가 의미가 있습니까? 투자없이 페이퍼 워크만 늘린다고 나아지겠습니까? 학생, 교수 모두 피곤합니다. 대외적인 학교 홍보와 취업에 도움이 될까해서 마지못해 하는 것 뿐입니다. 학교측으로서도 무슨 별도의 투자를 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기도 하니 마다할 이유도 없구요. 냉정하게 조사하고 보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