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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사유
존재와 사유
  • 이지원
  • 승인 2021.08.2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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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지음|푸른사상사|384쪽

데카르트의 코기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에서 보듯, 데카르트는 사유 자체를 존재의 근거로 삼았다. 즉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행위가 내가 존재한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일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박정선의 평론집 『존재와 사유』에서는 시인부터 소설가, 사상가, 독립운동가 등 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함으로써 미래를 꿈꾸고 시대를 안위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호명한다.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불합리한 것들을 직시하며, 존재에의 끊임없는 물음과 깊은 사유를 흔적으로 남긴 이들의 인생과 그 족적을 폭넓게 다루었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절망과 고독으로 살아가면서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은 사유를 통해 찾아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올곧은 자세로 한 시대를 걸어온 그들의 삶과 사유를 새롭고도 구체적으로 조명해준다. 

이 평론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굵직하게 기록하고 있는 평론가 김현을 비롯하여, 암울한 시대에 정면으로 대결하며 고독한 사유를 시로 빚어낸 이재무 시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은 삶의 파고를 신앙시로 승화한 박송죽 시인, 시조시인 김두만 등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영원불멸의 시를 남기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시대의 굴곡을 개혁하고자 했지만 고독한 나그네의 삶을 삶아올 수밖에 없었던 최치원의 문학과 삶을 언급한다. 최치원이 당나라에서의 유학과 관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신라는 왕족혈통에 따라 나뉜 골품제 사회로 신분에 따라 주요 관직을 독점하고 있었다. 불합리한 적폐를 청산하고자 했지만 결국 기득권 세력에게 밀려난 최치원 문학은 오늘날에도 불멸하고 있다. 아울러 유배하던 시절, 벗을 위해 <세한도>를 남긴 추사 김정희를 통해 예술의 불멸성과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살펴보았다. 프랑스 몽테뉴가 남긴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에세이 『수상록』에 관한 글도 수록했다. 인간다운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인간의 성찰에 관한 심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 것이다.

3부는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 국호 아래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운영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시대정신, 전우익 선생의 사색하는 삶,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을 한데 모았다.

4부에서는 시대의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최화수 소설가와 해양소설의 중심에 선 옥태권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5부에서는 해양문학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표적인 해양문학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바다를 제재로 한 해양문학이 발달되어야 한다는 점을 견지한다. 

저자가 “고독한 그들의 사유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듯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도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들의 열정과 깊은 사유를 공유하는 일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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