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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 방송대 명예교수, 농학 교수의 10년 농사 비결 … “블루베리는 행복의 파랑새”
문원 방송대 명예교수, 농학 교수의 10년 농사 비결 … “블루베리는 행복의 파랑새”
  • 최익현
  • 승인 2021.08.1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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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블루베리 농부가 된 문원 방송대 명예교수(원예학)

제 명함을 한번 봐주세요. 이름과 은행 계좌번호가 다입니다. 
전에는 교수, 농학박사, 학장 등으로 불리던 제가 시골의 한 농부로 다시 태어났다는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계좌번호는 수확한 블루베리를 직거래로 판매할 때 쓰는 은행계좌입니다. 
재배경험, 농사경험은 심고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팔아서 매출을 올려봐야 진정한 체험이 된다고 봅니다. 
농사지어 팔아 봐야 농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뙤약볕 아래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문원 방송대 명예교수. 사진=최익현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괴산, 치재 블루베리’,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만 적혀 있었다. 그의 이력을 보여주는 어떤 정보도 들어있지 않았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한 나지막한 야산에 조성된 500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 위로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불볕더위에도 잘 익은 끝물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두텁게 채비를 갖추고 나무 사이를 오가고 있는 문원 방송대 명예교수(원예학·사진)가 눈에 들어왔다. 

퇴임 이후 교수들의 삶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조용히 삶을 관조하는 은일형, 강단에서 못다했던 집필을 이어가는 자기탐구형, 재능을 사회에 돌려주는 재능기부형 등이다. 그렇다면 문 교수는 어디에 속할까? 

그는 지난 6월 말 ‘농학자 문원 교수가 재배하며 체험한’이란 부제를 단 『블루베리 핵심재배기술』(지식의날개, 이하 ‘블루베리’)을 출판했다. ‘블루베리 재배기술’이라고 했으니 기술서 혹은 실용서로 볼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절반의 이해에 불과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0년 농사 체험해보니 한국 농업, 농민, 농촌에 대한 그간의 제 시각이 크게 달라진 것 같아요. 한마디로 바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건데, 큰 변화죠. 그런 체험 위에서 블루베리로 행복의 파랑새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절절하게 담은 게 바로 이 책입니다.”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한 뒤, 문 교수는 다시 예초기를 메고 골마다 키를 높이고 있는 잡초 제거에 나섰다. 투명 보호장구까지 쓴 그의 얼굴이 온통 땀에 젖고 있었다. 블루베리 농사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가 블루베리를 통해 ‘행복의 파랑새’를 잡을 수 있다고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확신의 원천은 바로 10년의 농사 체험이다.

무엇보다 이 ‘행복의 파랑새’는 그의 것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함께 거머쥘 수 있는 일종의 공유자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유는 가까운 데 있었다. 괴산 치재의 블루베리 농장은 문 교수의 것이 아니었다. 진짜 주인은 그가 농학과에서 가르쳤던 제자이자 방송대 대학원 농학과 1기 졸업생으로 인천에서 귀촌한 정숙현 씨다. 올해 500평 농장에서 예상하는 수입은 대략 2천만 원 정도. 수입은 모두 농장 주인인 제자가 가져간다. 문 교수는 블루베리의 성장을 관찰하고, 돌보면서 자신이 공부해왔던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 일에 집중한다. 제자가 농장 관리용으로 지은 농막 2층은 그의 현장 서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블루베리』는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렇게 본다면, 그는 자기탐구형과 재능기부형을 공유한 은퇴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블루베리 재배가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7년 전 방송대에서 퇴임한 이후 블루베리와 씨름하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문원 교수를 괴산에서 만났다. 

△10년 전, 은퇴 준비를 하던 때 블루베리를 처음 만나셨다고 했는데, 블루베리를 재배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책 제목을 두고 고민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이름 앞뒤에 농학자니 교수니 하는 호칭을 붙인다는 게 왠지 쑥스러웠습니다. 그냥 농부일 뿐인데 말이죠. 제가 블루베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전적으로 은사이신 이병일 교수님(현 서울대 명예교수) 덕분이었습니다. 책에서 밝혔듯이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블루베리를 도입해 보급하신 분입니다. 목화의 문익점 선생 같은 분이시죠. 선생님의 어깨너머로 블루베리를 보고 블루베리 관련 잔 심부름을 하다가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거죠. 방송대 옥상에 블루베리를 심고 공부하며 농학과 학생들에게 소개했고,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에 「블루베리: 연금나무, 게으름의 농사」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시골 땅에 블루베리를 심게 됐어요. 은퇴 후 귀촌 아니면 귀농을 위한 포석이기도 했죠.” 

△블루베리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으신지요? 그리고 정말 블루베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후회라뇨, 대만족입니다. 하하. 은퇴를 준비하면서 꿈꾸던 것을 이룬 것이죠. 자연을 그리워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후배 교수들에게 은퇴 후 삶의 롤 모델이 된 것 같아 은근히 속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난 것은 정말 잘 한 선택 같아요. 무엇보다 퇴임하자마자 계획을 실천한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스럽네요. 여기에 블루베리라는 작물을 선택한 것은 책에서 누누이 강조했지만 제 은퇴생활에 신의 한수였습니다. 500평 블루베리 재배는 제가 감당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농사였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뭔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농사가 바로 그 몰입입니다. 책의 머리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블루베리라는 행복의 파랑새를 잡았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것을 농사현장에서 실천하고 구현해 보면서 터득한 기술과 경험을 이웃농가들에게, 농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거든요. 방송대 학생들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블루베리 강의가 이어지고, 강의를 하면서 쌓은 지식, 여기에 블루베리를 재배하면서 얻은 체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책까지 집필하게 됐습니다.”    

△전공이 원예학이어서 블루베리 재배를 선택했더라도, 이론과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걸 확인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간 블루베리를 재배해오면서 어려움은 겪지 않으셨나요?
“글쎄요,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나무들은 순조롭게 잘 커갔고, 치명적인 병충해도 없었고, 가격도 꾸준히 유지돼 매년 완판에 소득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배운 대로, 매뉴얼대로 안 되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실감했죠. 농사에 날씨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을 되 뇌이며 농사는 자연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주고 비료주고 농약 치는 것이 자연에 대한 간섭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해[年]에 따라서는 전혀 물도 주지 않은 때도 있어요. 지난 10년간 화학비료를 한 줌도 주지 않았고, 물론 농약은 한 번도 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삼무(三無) 농사, 즉 무관수, 무비료, 무농약 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 점을 많이 강조했고요.”   

△평생 공부하셨던 원예학을 ‘현장’에서 실천하면서『블루베리 핵심재배기술』과 같은 농사에 도움을 주는 책을 집필하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혹시 좀 편하게 지내자는 가족분들의 달콤한 유혹은 없으셨는지요? 
“재직 중 제자들에게 해갑귀전(解甲歸田)이라는 말을 즐겨 해왔습니다. 도시의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전원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죠. 그리고 학생들 앞에서 가요 「흙에 살리라」, 「강촌에 살고 싶네」를 애창곡으로 부르곤 했습니다. 평생 농학자로 연구하고 가르치다 전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서 농사를 짓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제 의지이기도 했고요. 설득이 아니라 환송을 받으며 도시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때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곁에 있느니 시골에서 이리 살고 있으니 오히려 가족들이 더 만족해합니다.(웃음)”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다섯 가지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조화를 통해 깊은 지하에서 퍼올린 단 우물물과 같은 정보인데요. 텃밭에 블루베리를 심는 분들에서부터 수익 모델로 크게 생각하는 분들에게까지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블루베리를 재배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것만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들려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제목이 ‘핵심재배기술’이긴 한데, 사실은 재배기술보다는 행간에 사잇글로 넣은 재배경험담이 훨씬 재미있고 중요해요. 제목은 평범하고 소박하게, 내용은 부드럽고 재미있게 꾸며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부록으로 실은 「연금나무 수익모델」, 「게으름의 농사 체험수기」를 꼭 봐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블루베리 재배는 까다롭고 어렵다고는 하지만 잘만하면 의외로 쉽습니다. 책에서 많이 강조한 것도 이 부분입니다. 블루베리 재배는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고 나름 준비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이 그런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을 보시고 책을 곁에 두시고 이 책으로 공부한대로 재배하시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농사는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힘들게 하니까 힘들지, 쉽게 할 수도 있어요. 책 부록에 소개한 「게으름의 농사 체험수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예초기를 메고 잡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문원 명예교수. 사진=최익현

△방송대에서 정년 하신 지도 꽤 됩니다. 방송대 교수로 지낸 시간을 이렇게 현장에서 블루베리를 키우면서 되돌아보신다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방송대에서 퇴임한지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대학을 떠났지만 명예교수로 출석수업도 하고, 인연을 맺었던 교수, 교직원들과도 소통도 하고, 의리 있는 제자들이 제 주변에 계속 머물러 있고, 그러다 보니 떠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방송대인입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방송대를 못 떠나고 있네요. 따지고 보면 블루베리 농사도 결국은 제자들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괴산에 사는 제자(정숙현)의 밭에 제자들과 함께 블루베리를 심었고, 그 밭에서 지난 10년간 블루베리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블루베리하면 그 어떤 과수보다 ‘건강’, ‘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과수원에서 땀 흘려 일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명함을 한번 봐주세요. 이름과 은행 계좌번호가 다입니다. 전에는 교수, 농학박사, 학장 등으로 불리던 제가 시골의 한 농부로 다시 태어났다는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계좌번호는 수확한 블루베리를 직거래로 판매할 때 쓰는 은행계좌입니다. 재배경험, 농사경험은 심고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팔아서 매출을 올려봐야 진정한 체험이 된다고 봅니다. 농사지어 팔아 봐야 농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런 농사를 경험하다보니 학생들, 농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강의할 수가 있었고, 책다운 책을 펴낼 수도 있었습니다. 공부하고 익힌 지식, 그리고 재배하며 체험한 농사기술을 머리로 충분히 소화시켜 진정한 의미의 제 책을 쓸 수 있었던 거죠.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펴낸 이 책을 좀 더 다듬고 싶습니다. 그리고 블루베리 농사를 계속하되, 돈 번다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의 입을 즐겁게 하고 건강을 챙겨준다는 자세로 이 농사를 계속 이어 가고 싶습니다.” 

괴산=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블루베리 맛있게 먹는 방법>
-가능하면 씻지 말고 그냥 먹자
-생과, 아니면 냉동과로 즐긴다
-차게 하면 더 달고 더 맛있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200g(20~30알)
-한입에 여러 알을 넣어라
-단맛과 신맛의 비율을 조절해 먹는다
-모든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반가공 상태로 이용한다
-심심한 블루베리는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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