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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지난 한달간 학자들 칼럼분석
언론비평: 지난 한달간 학자들 칼럼분석
  • 류정민 미디어오늘
  • 승인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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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가 정부의 ‘동북아시대’ 주장 때문인가

3월 한달 동안 언론이 가장 관심을 보인 현안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논란이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는 지난 16일 ‘독도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한일 양국은 올해를 ‘한일우정의 해’로 정했지만 ‘독도’라는 돌발변수는 한일관계를 급속히 냉각시킨 계기가 됐다.


국민들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움직임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우리 영토에 대한 일본의 침탈 움직임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비판적 입장을 쏟아내며 정부의 분명하면서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양국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감정적 대응이 앞섰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대일 항의시위에서 손가락을 자르기도 했고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해소동을 일으켰다. 또 일장기와 고이즈미 일본 총리 화형식을 갖는 등 항의시위의 양상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차분한 대응에 논지 모아져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언론들은 1면 머리기사는 물론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우리 정부의 대처방안에 대해 입장을 나타냈다. 언론들은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의 기고문과 칼럼을 쏟아냈다.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한 대학교수들은 ‘독도 영유권’ 논란이 벌어진 배경과 해결점,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 태도 등을 주문했다. 대전대 이창위 교수는 지난 21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냉정하게 일본을 바라보자’는 칼럼에서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이나 비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한일어업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일부 정치인 등이 주장하지만 이는 비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림대 김영명 국제학대학원장은 분명하며 원칙적인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김 원장은 지난 18일 국민일보에 실린 ‘여의도 포럼-일본의 도발을 저지하려면’이라는 칼럼에서 “(우리정부는) 일본이 도발해와도 ‘조용한 외교’라며 속절없는 짝사랑만 보냈다. 일본의 실체가 어떤지를 모르는 순진한 외교”라며 “경계하면서 공존하는 슬기를 갖추지 못한 채 우정이니 파트너십이니 하는 공허한 구호에 들뜨는 어리석음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 노선을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수세적인 자세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과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반일감정’이 고조되다 시간이 지나면 여론의 관심도  떨어지고 정부도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된 점도 비판받을 일이다.


그러나 언론의 계속되는 비판 때문인지 정부의 대일 외교노선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이 지난 17일 ‘대일 신 독트린’을 발표한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23일 ‘청와대 브리핑’에 대일 ‘외교전쟁’을 연상시킬 만큼 강도 높은 입장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정부도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 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이상 더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고 밝혔다.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정부의 분명하고 원칙적인 대응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독도 문제에 단호한 대응의지를 보인 것에 의미가 있다.

황태연 교수 주장, 논리적 연관성 부족

언론의 적절한 비판과 조언은 정부 정책의 기조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신문 칼럼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대학교수들의 글이 전문성과 함께 설득력과 대안까지 담보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이 대학교수들을 칼럼 필진으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지적수준을 검증 받은 데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전개할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모든 칼럼이 논리적으로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때로는 과장된 해석과 사실 왜곡, 빈약한 논리 등 문제점이 많은 칼럼이 신문에 게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도문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될 만한 칼럼이 없지는 않았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정치학)가 지난 17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아침논단-亞太시대의 국가전략’이 문제의 칼럼이다. 황 교수는 칼럼에서 ‘亞太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발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신문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과 여론 형성 기능을 감안할 때 칼럼의 내용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황 교수 칼럼의 일부 내용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든 무리한 논리적 전개가 엿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 교수는 칼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줄곧 外患과 고립을 자초하며 아태시대에 반하는 ‘동북아중심국가론’을 밀어붙였을 뿐이다”라며 “中日은 이것을 ‘소국의 가당찮은 오버액션’으로 느끼며 즉각 견제에 들어갔다. 이는 우리를 격노시키는 ‘고구려사 침탈’과 ‘독도도발’이 ‘2003년 이래 빈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중심 국가론’을 역설했기 때문에 독도문제 등이 빈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한일관계의 급속한 냉각을 가져온 일본의 ‘무리한 행위’를 설명하기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이 노 대통령의 ‘동북아중심국가론’ 추진을 ‘소국의 가당찮은 오버액션’으로 느꼈다는 황 교수의 해석은 설득력 여부를 논할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도 비판받을 일이지만 지나친 ‘자기비하’도 칭찬 받을 일은 못된다.


황 교수가 ‘아태시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독도문제를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리한 논리적 전개로는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황 교수의 주장은 ‘독도문제’라는 사안의 복합성을 간과한 해석으로 보인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우경화 되고 있는 일본의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문 칼럼은 쟁점사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날카로운 지적, 현실 가능한 대안 제시 등이 동반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언론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한 칼럼도 마찬가지다.


일본 리쿄대 이종원 교수는 지난 18일 한겨레에 기고한 <일본 ‘우경화’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칼럼에서 “말의 비난보다 조용하지만 확고한 행동을 통해서 급변하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비한 큰 틀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한-일 관계를 다각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일본의 보수 우경화의 어떤 형태의 어느 부분이 우리의 감정, 원칙, 이해와 배치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선구안이 요청된다”고 조언했다.

류정민 /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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