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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로 넘치는 아이비리그, 정원 늘린다고 바뀔까
부자들로 넘치는 아이비리그, 정원 늘린다고 바뀔까
  • 정민기
  • 승인 2021.07.1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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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大 정원 늘리는 정책
교육 불평등 해소 도움 안 돼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예일대 전경.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예일대 전경. 사진=픽사베이

올해 미국 상위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코로나19로 입학시험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에 따르면 이번 해 버클리대와 브라운대의 지원율은 지난 해에 비해 25% 증가했고, 펜실베이나대와 하버드대는 지난해에 비해 35% 증가했다.

상위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이 늘면서 합격률은 곤두박질 쳤다.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이미 합격률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상위 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왜 스탠포드는 규모를 키워야 하는가’라고 기고한 버클리대 크립 교수는 “2017년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중 경제적으로 상위 1%에 해당하는 가족의 경우가 하위 60%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크립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무작정 정원을 늘린다고 교육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크로니클>에 실린 밥 마사 사우썬캘리포니아대 교수(교육학)는 위와 같은 정원 증대 전략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상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저소득 계층의 학생들이 겪는 불평등의 장벽을 사라지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아예 대학 지원을 안 한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백인 부자들의 자녀일 것이다.” 

마사 교수의 지적은 매우 명료하다. 이미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고소득층 학생은 넘쳐나기 때문에, 단순히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저소득층 입학생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합격하는 대학의 순위가 조금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미국의 사회적 유동성을 개선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마사 교수는 ‘대학 진학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에서 대학 학위는 한 사람이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크게 좌우하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과 고등학교만 졸업한 학생은 향후 40년 간 약 10억 원의 수입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소득층 자녀가 대학을 가는 것이 사회적 유동성을 높이는 데 핵심인 것이다.

마사 교수는 “고등교육은 이미 존재하는 대학 입시생들이 아니라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는 학생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진학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학에 가게끔 만드는 것이 불평등 완화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인종별로 대학 진학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 2018년 기준으로 흑인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37%, 히스페닉은 36%인 반면 백인은 42%, 아시아인은 59%다. 대학진학률 차이는 평균 소득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흑인 가족의 평균 소득은 백인 가족의 60.5%, 아시아인 가족의 47%에 불과하다. 소득이 적을수록 대학진학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계속 된다면 상위대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교육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마사 교수의 주장이다.

높은 등록금 역시 교육 불평등의 장벽 중 하나다. 미국의 사립대 등록금은 지난 30년간 약 2배 늘었고, 공립대 등록금은 약 2.2배 늘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수치다. 2013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 고등학생의 40%는 높은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진학할 때 합격한 학교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마사 교수는 “나는 상위권 대학이 정원을 확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위권 대학 정원 확대가 교육 접근성과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현상황을 명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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