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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조일제 명예교수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발간
부산대 조일제 명예교수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발간
  • 하영 기자
  • 승인 2021.07.0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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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턴·워즈워드·호손·프로스트 등 영미 유명작가 9명의 문학작품 다뤄
- “근대문명 성찰·비판 통해 생명과 의식·영혼의 중요성 되새기는 계기 되길”

 ‘자연인’은 왜 산으로 갔을까? 시청자들은 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걸까? 몇 년 사이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야생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 대자연 속 힐링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조일제 교수(왼쪽),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 표지(오른쪽)
조일제 교수(왼쪽),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 표지(오른쪽)

 자연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나무와 숲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미 지역의 유명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이 여정을 따라가는 학술저서가 발간돼 자연과 자아 발견으로 향하는 길을 터준다.

 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는 영어교육과 조일제 명예교수가 영미문학 속에서 나무와 숲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학술저서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도서출판 동인, 2021.6.25.)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저자인 조일제 명예교수는 “영국과 미국의 문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개관했을 때, 나무와 숲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작품 속에서의 그러한 나무와 숲의 영향과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숲과 나무’는 생명의 본질적 원천이지만,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문명 발달의 이면에는 인간성에 미치는 해악과 부작용이 있었다. 그 폐해는 인간의 위기와 문명의 몰락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낳았고, 깨어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근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일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저자가 제시한 영미 작가들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영미 작가들은 누구보다도 나무와 숲이 생명 보존과 인간의 지식, 참된 의식과 창조적인 영혼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꿰뚫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영미 지역에서 아홉 명의 작가를 선정, 관련 문헌과 자료를 수집·분석해 소개했다. 방대한 작업이다 보니 2016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저술출판지원사업’으로 시작됐으나 5년 이상이 걸려, 저자가 지난 2019년 퇴임 후 명예교수로 활동하며 연구를 이어왔다.

 저자가 다룬 아홉 명의 영미문학 작가들은 특히 연구주제와 관련해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냈는데, 자연주의적, 생태주의적, 낭만주의적, 초월주의적 작가란 점이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문학에서는 청교도 혁명 시기인 17세기의 밀턴, 산업혁명 후 산업 발전기의 워즈워드, 과학기술문명의 획기적 전환기인 빅토리아조의 하디,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둔 20세기 초반의 로렌스, 오늘날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생태공동체인 핀드혼 농장의 창설 멤버들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미국문학에서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이 점차 급부상하기 시작했던 근대의 호손 및 소로, 고도로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한 현대의 프로스트, 지금도 시민사회 활동으로 이름을 떨치는 생태주의 작가인 칼렌바크 등을 선택했다. 

 책 전체는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했다. 서론은 영미문학의 자연전통과 숲에 대해 녹색사유, 생태주의, 환경철학의 관점과 관련지어서 개관했고, 본론은 총 4장에 걸쳐 9명의 작가와 작품을 연구주제의 측면에서 소개했다. 결론은 본론에서 살펴본 작가들의 연구내용을 마무리하면서 ‘숲의 지혜’와 ‘창조적 자아’의 실현이라는 논점으로 종합했다. 

 본론의 제1장은 ‘원시적 숲속의 원초적 인간’을 주제로, 밀턴의 대서사시 『실낙원』에서 에덴동산의 녹색 숲이 태초 시대의 인간(아담과 이브)에게 어떠한 풍경으로 묘사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다뤘다. 둘째로 뉴잉글랜드의 숲지대가 중요한 배경이 되는 호손의 『주홍글씨』를 통해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을 숲과 연관 지었다.

 제2장은 ‘근대의 영국과 미국의 호반지대 숲과 낭만적, 초월적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워즈워드의 자연시를 통해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숲과 관련된 낭만적·초월적 자아를 찾아보고, 다음으로 소로의 『월든 숲속의 생활』에서 미국의 뉴잉글랜드에 있는 월든 숲과 초월적 자아와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이어 제3장은 ‘현대의 영국과 미국의 숲지대와 우주적 의지’라는 관점에 맞춰, 하디의 『숲속에 사는 사람들』이 숲의 마을인 힌토크와 관련된 비애적이면서도 생동적인 인간의 의지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또, 프로스트의 자연시에 나타난 숲속의 길, 숲속의 마을, 전원의 자연풍경 등이 갖는 긍정적·부정적 측면과 복합성으로 시인의 내적 의식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제4장은 ‘위기에 빠진 현대문명과 숲유토피아’를 살펴봤다. 이 장에서는 로렌스, 칼렌바크, 핀드혼 농장의 개척자들의 작품이 분석됐다. 첫째,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통해 녹색의 숲동산이 위기에 처한 인간의 자아를 어떻게 치유하고 구원하는지, 둘째,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에서 생태학적인 숲유토피아가 어떻게 인간의 치유와 구원을 가능하게 하는지, 셋째, 『핀드혼 농장 이야기』에서 핀드혼의 개척농장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나무와 숲의 정령(자연령)과 대화를 나누고 신비한 교감을 이루는지를 다뤘다.

 저자 조일제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숲과 나무에 대한 뛰어난 감성과 영성은 우리 시대 독자들이 꼭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공허하고 결핍한 영혼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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