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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의미를 팔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의미를 팔고 있는가?”
  • 김재호
  • 승인 2021.06.2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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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의미의 발견 : 물건이 아닌 의미를 파는 법』 최장순 지음 | 틈새책방 | 320쪽

 

물건의 홍수 속에서 왜 ‘의미’에 집중하는가?

브랜드의 의미를 찾아 파는 최장순만의 비법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이 흔들리는 브랜드에 전하는 메시지

최장순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인천공항, GUCCI, 이마트, 서울시 캠페인, 대한축구협회 등의 브랜딩 전략을 맡은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기획자들과 크리에이터들의 바이블이 된 『기획자의 습관』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새 책 『의미의 발견』은 브랜드 전문가인 최장순이 팔리는 브랜드를 기획하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담은 책이다. 

브랜드 크리에이터와 마케터의 고민은 언제나 한결같다. 제품의 차별화를 통한 판매 확대다. 이제는 광고만으로 제품이 팔리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상품들 속에서 고만고만한 제품에 차별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대한 해답이 브랜드가 가진 ‘의미’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둘러보자.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가’가 되고 싶은 욕망을 구현한 맥북, 뿌리면 이성을 ‘유혹’할 수 있을 것 같은 향수, ‘롱다리’가 된 기분이 드는 슬랙스 팬츠, ‘만사형통’으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는 화장지, ‘스마트한 소비자’가 된 느낌이 드는 노브랜드 제품. 우리가 이런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서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가진 차별적인 ‘의미’를 인식시키고, 그것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브랜드와 인문학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해온 저자는 기호학을 통해 브랜드에 부여된 의미를 개발하고 발견하는 사고 습관을 제시한다. 성공한 브랜드가 가진 의미의 맥락은 언제나 소비자와 공동체에 맞닿아 있다. 혁신, 유혹, 롱다리, 만사형통, 스마트한 소비자 등과 같은 키워드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대변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제품의 카테고리에 차별화된 요소를 더해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티파니는 반지라는 카테고리에 청혼이라는 차별화를 더해 프로포즈 반지라는 의미를 얻었고, 레고는 장난감이라는 카테고리에 스토리라는 차별성을 더해 스토리토이라는 의미를 얻었다. 다른 브랜드가 쉽게 침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의미를 통해 브랜드는 지속되며, 공동체와 맞닿은 맥락의 변주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브랜드가 공동체에 통용되는 기호로서 작동할 때, 브랜드는 생명을 얻는다.  

『의미의 발견』은 우리 공동체의 맥락을 살펴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의미를 개발하는 사고 습관을 제안하는 책이다. 공동체와 기업이 제안하는 브랜드의 의미를 찾아 탐구하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좀 더 말랑하게 펼쳐지는 브랜드의 세계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나?
소비자와 공동체의 요구를 의미에 담을 때 브랜드는 성장한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광고나 브랜드 로고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큰 착각일지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의미’다. 가성비가 트렌드인 이 시대에 진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적당한 품질에 가격이 싼 제품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품질을 가진 값싼 제품이다. 샤오미라는 브랜드가 의미하는 것은 ‘대륙의 실수’로 불릴 정도로 좋은 품질에 있다. 가성비는 좋은 품질을 전제로 한 가격경쟁이라는 소비자의 요구다. 

롱런하는 브랜드는 공동체의 요구를 의미에 담고, 행동한다. 이 책에는 이를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한다. 1992년 LA폭동 때 맥도날드 이야기다. 당시 LA의 수많은 상점들이 약탈당했지만, 유독 맥도날드 매장은 무사했다. 당시 흑인들은 ‘맥도날드는 우리편’이라는 생각에 약탈하지 않았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흑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벌이며, ‘맥도날드는 여러분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지역사회에 꾸준히 심어왔다. 그 결과 폭동에도 약탈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회학 연구다.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와 공동체다. 이를 간과하면 브랜드는 사회 속에서 맥락을 잃고 오래가지 못한다. 여기에 브랜드의 미래가 있다. 소비자와 공동체의 욕구는 다양하다. 브랜드는 이런 욕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하나의 트렌드가 유행한다고 해서 꼭 그것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공동체가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브랜드의 미래와 차별화를 찾는 실마리를 찾는 여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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