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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봄, 자식 챙김' 공공 복지의 사각지대 살피기
'부모 돌봄, 자식 챙김' 공공 복지의 사각지대 살피기
  • 김재호
  • 승인 2021.06.2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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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한국의 비공식 복지』 손병돈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60쪽

 

실업자와 노인  돌보는 가족 간 사적 복지
전략적으로 유산 대물림하면 공정 문제 발생해

한국의 빈곤문제에 오랜 기간 천착해온 손병돈 평택대 교수(사회복지학과). 그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대한민국 복지의 실체(부제)’를 밝힌다. 손 교수가 말하는 ‘비공식 복지’란 “가족이나 친족, 이웃, 지역사회 등 아는 사람들이 서로 돕는 비공식 복지 형태”를 말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번 돈을 본국에 보내는 게 그런 사례다. 또한 한국인들이 향약, 품앗이, 계 등으로 마을 공동체를 이룬 것도 비공식 복지다. 

손 교수는 “2010년 이전까지 대표적인 비공식 복지인 사적 소득이전이 국가에 의한 공적 소득이전보다 총량 면에서 더 많았다”고 적었다. 국가에 의한 복지가 아니라 비공식 복지가 더 컸던 것이다. 이로써 빈곤, 실업, 고령화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비공식 복지가 복지의 영역으로 간주된 건 1973년 때부터다. 중동전쟁으로 제1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각국의 재정적자가 악화돼 국가의 복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국가복지 외의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손 교수는 “복지다원주의 또는 복지 혼합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였고, 이와 함께 비공식적인 복지활동을 복지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2010년 비공식 복지의 양을 산출한 기존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의 약 34.5%가 비공식 복지다. 국가복지가 41.7%니 상당한 양이다. 하지만 비공식 복지는 지속성과 안정성의 떨어진다는 점, 수혜자가 정서적·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비공식 복지활동을 할까? 손 교수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첫째 경제적 교환 동기다. 둘째 욕구 대응이다. 셋째 효와 같은 문화적 관점이다. 경제적 교환 동기의 관점은 다시 △전략적 유산 동기 △경제적 등가 교환 동기 △암묵적이며 장기적인 경제적 교환으로 나뉜다. 유산 상속을 위해 부모를 부양하거나 돌봄이나 가사일 돕기, 아이 돌보기 등으로 가족끼리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입장에선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느라 들었던 수고를 비공식 복지로 돌려받기도 한다. 

욕구 대응의 관점은 “공동체 내 구성원의 미충족된 욕구에 대한 대응”이다. 욕구 대응은 △암묵적 상호보험 관점 △이타주의 모델로 구분된다. 전자에 대해 손 교수는 “연줄에 기반한 공동체 구성원 중 누군가가 위험에 빠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게 될 때, 구성원들이 서로 도와줌으로써 욕구를 충족하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나를 비롯한 내 가족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서로 보험을 드는 것이다. 후자는 나만 부자로 사는 게 아니라 부모 역시 잘 살아야 더 큰 삶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적 이전소득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1996년 월평균 사적 이전소득은 약 15만 원이었다. 조금씩 증가해 2016년 월 평균 사적 이전소득은 약 19만 원이 됐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손 교수는 “비공식 복지의 축소나 기능 약화가 모든 집단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에 대해선 국가복지를 더 늘려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로 부를 축적한 부모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자녀에게 ‘전략적 유산 동기’의 관점에서 부를 그대로 물려준다면 사회정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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