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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문의 대외 의존성
우리학문의 대외 의존성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1.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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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대외 의존성 설문을 통해 본 기초학문의 가능성
기초학문이 흔들리고 있다. 이 위기 진단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의 과학두뇌가 해외로, 또는 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 못지 않게 기초학문 연구자들의 설 자리, 갈 곳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최근 국립대 교수 증원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호모에코노미쿠스의 비극

그렇다면, 여기서 고민을 풀어가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시장적 실용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급한 호모에코노미쿠스들인가. 아니면 학문 재생산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는 학인들의 대세추수주의일까. 혹은 이 둘다 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능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현재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이나 시장론자들, 그리고 이들의 논리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학문 종사자들의 태도에서 우리 기초학문의 운명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데이터 하나. 2001년 상반기 신임 교수들의 입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다시 살펴본다. 아래 표에서 보듯, 전체적으로 볼 때, 국내박사인력의 신규 입직 비율이 점진적이긴하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추세 속에 중요한 변화가 내포돼 있음을 놓칠 수 없다. 국내박사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특히 인문학, 이학 분야에서 국내박사 평균 비율을 밑돌고 있다. 인문학의 경우 38.2%, 이학의 경우 41.8%에 그쳤다. 역시 이 분야에서 미국 박사 학위 취득자가 앞서 있었다. 이런 수치는 예컨대 의·약학분야의 국내박사 비율(86.0%)이나 공학분야(54.9%)와 비교해 보았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교수신문 제199호, 2001년 4월 2일자 참조>.

물론, 학위를 어디서 취득했는가를 기준으로 학문의 대외 의존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지표에 포착되지 않는 변수들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표가 예컨대 다음의 두 번째 데이터와 만나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두 번째 데이터. 지난 96년 교수신문이 창간 4주년을 맞아 교직 입직 5년 이내의 신진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젊은 교수들의 71%는 우리 학문이 대외 의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년 전 교수들은 △이론과 방법론 △연구 인력 양성 △연구 주제 등에서 우리 학문의 대외의존성을 측정했다. 교수들은 이론과 방법론에서의 대외 의존성에 대해 ‘매우 의존적’(18%)이거나 ‘의존적’(53%)이라고 응답했다. 13%는 ‘독립적’이라고 인식했다. 연구인력 양성에서는 ‘매우 의존적’(9%)이거나, ‘의존적’(39%)이라고 응답했지만, ‘독립적’이라고 대답한 교수도 30%에 달했다. 또한 연구 주제와 관련 대외적으로 ‘매우 의존적’(11%)이거나 ‘의존적’(39%)이기는하나, 24%는 ‘독립적’이라고 판단했다<교수신문 제86호, 1996년 4월 8일자 참조>. 이 설문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교수들이 우리 학문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5년이 흐른 지금 교수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지난 4월 창간 9주년을 맞아 교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그 변화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일단 전체 교수들의 91.3%가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성에 대해 ‘매우 의존적’이거나 ‘의존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입직 5년 이내의 교수들은 100%가 ‘매우 의존적’이거나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독립적’이라고 응답한 교수들은 ‘제로’.

5년전보다 더욱 열악해진 상황

이 설문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성이 높다고 한다면, 특히 어느 부문이 그러하냐고 묻는 질문에 대해 전체 교수들은 ‘이론과 방법론’(61.4%), ‘연구 주제’(18.4%), ‘연구 인력 양성’(13.5%)순으로 의존성을 평가했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입직 5년 이내의 신진교수들도 ‘이론과 방법론’(68.1%)의 의존성을 가장 우려했다. 다음으로 ‘연구 주제’(25.5%), ‘연구 인력 양성’(2.1%)순으로 의존성을 지적했다.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도가 우려할 정도라고 한다면, 그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전체 교수들은 ‘장기적 학문 육성 정책 부재’(59.6%), ‘학자들의 무비판적 외국학문 추수태도’(20.6%), ‘정치·경제적 대외 의존의 결과’(13.1%), ‘실용주의적 대학운영’(3.4%), 기타(3.4%)순으로 원인을 지적했다. 입직 5년 이내의 신진교수들은 55.3%가 ‘장기적 학문 육성정책 부재’를, 19.1%가 ‘정치·경제적 대외의존의 결과’를, 17.0%가 ‘학자들의 무비판적 외국학문 추수태도’를 들어, 조금 차이를 보였다.

이들 입직 5년 이내 신진교수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가 대외 의존적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매우 의존적’이라고 59.6%가 대답했으며, 29.8%의 교수들이 ‘의존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10.6%의 교수들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역시 89.4%의 교수들이 자기 전공분야에서의 대외 의존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학문 분야별(전체)로는 어떨까. 인문계열 교수들의 경우,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성에 대해 48.9%가 ‘매우 의존적’이라고 대답했으며, 42.2%는 ‘의존적’임을 고백했다. 사회계열의 경우, 54.2%의 교수들이 ‘매우 의존적’, 39.0%의 교수들은 ‘의존적’임을 인정했다. 자연계열 교수들은 53.2%가 ‘매우 의존적’, 40.4%가 ‘의존적’이라고 대답했다. 공학계열 교수들 역시 56.7%가 ‘매우 의존적’, 41.7%가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의·약학계열 교수들의 경우, 60.0%가 ‘매우 의존적’, 36.0%가 ‘의존적’이라고 밝혔다.

전공 학문 분야의 대외 의존도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었을 때, 계열별 교수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인문계열 교수들의 경우, 자기 전공 분야의 대외 의존성에 대해 24.4%가 ‘매우 의존적’, 37.8%가 ‘의존적’이라고 응답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응답한 교수들도 28.9%나 됐다. 사회계열 교수들은 50.0%가 ‘매우 의존적’, 36.7%가 ‘의존적’임을 인정했다. 단 10.0%만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자연계열의 경우, 교수들의 21.3%가 ‘매우 의존적’이라고 응답했고, 72.3%는 ‘의존적’이라고 지적했다.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한 교수들은 6.4%에 지나지 않았다. 공학계열에서는 43.3%가 ‘매우 의존적’, 45.0%가 ‘의존적’이라고 응답했으며, 10.0%의 교수들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의·약학계열 교수들은 44.0%가 ‘매우 의존적’, 역시 44.0%가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12.0%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론과 방법론 창출’ 특히 의존적

이들에게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성이 높다고 한다면, 어느 부문에서 특히 그러한가’라고 묻자, 인문계열 교수들의 77.3%가 ‘이론과 방법론 창출’을 지적한 반면 11.4%만이 ‘박사인력 양성’을 꼽았다.

사회계열 교수들 역시 66.7%가 ‘이론과 방법론 창출’을 지적했고, 다음으로 22.8%가 ‘박사인력 양성’을 들었다. 자연계열 교수들은 55.3%가 ‘이론과 방법론 창출’을 꼽았지만, 31.9%의 교수들은 ‘연구주제 부문’의 의존성을 지적했다. ‘박사인력 양성’을 꼽은 자연계열 교수들은 8.5%. 이에 비해 의·약학계열 교수들은 62.5%가 ‘이론과 방법론 창출’을, 29.2%가 ‘연구 주제 부문’이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도가 우려할 정도라고 한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계열별 교수들의 인식 지도는 다음과 같았다.

장기적 대안 모색의 필요성

인문계열 교수들의 경우, 47.7%의 교수들이 ‘장기적 학문정책의 부재’를, 29.5%가 ‘학자들의 무비판적 외국학문 추수태도’를 지적했다. 사회계열 교수들의 44.6%가 ‘장기적 학문정책의 부재’를 39.3%가 ‘학자들의 무비판적 외국학문 추수태도’를 꼽았다. 자연계열의 경우, 무려 80.9%의 교수들이 ‘장기적 학문정책의 부재’를 최대 요인으로 지적했다. 공학계열의 교수들은 57.1%가 ‘장기적 학문정책의 부재’를, 17.9%가 ‘학자들의 무비판적 외국학문 추수태도’를 들었다. 의·약학계열 교수들은 76.0%가 ‘장기적 학문정책의 부재’를 꼽은 반면, 특이하게도 16.2%가 ‘정치·경제적 대외 의존결과’라고 응답했다. 학문정책 부재와 학자들의 외국학문 추수태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응답 결과를 봤을 때,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학문의 대외 의존성은 더욱 심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인문·자연분야의 대외 의존성이 증대된 것 뿐만 아니라, 사실은 전체적으로 학문 전 분야가 대외 의존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자신의 전공 학문 분야가 대외 의존적임을 인정했는데, 인문계열의 경우 62.2%, 사회계열은 86.7%, 자연계열은 93.6%, 공학계열이 88.3%, 의·약학계열도 88.0%가 ‘매우 의존적’이거나 ‘의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 문제점이 ‘학문정책 부재’와 ‘학자들의 외국학문 추수태도’에 걸려 있다는 대목에서 ‘기초학문분야’의 위축뿐만 아니라 학문 총체적인 위기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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