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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의 선택과 집중, "비메모리 추격보다 메모리 수성 집중해야”
한국반도체의 선택과 집중, "비메모리 추격보다 메모리 수성 집중해야”
  • 박강수
  • 승인 2021.05.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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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반도체 대응전략’ 긴급토론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11일 ‘미중 반도체 분쟁과 한국반도체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유튜브 중계 캡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11일 ‘미중 반도체 분쟁과 한국반도체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유튜브 중계 캡처

 

다국적 규모의 반도체 전선이 과열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인텔,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합류할 것을 압박했고 이어 오는 20일 두 번째 호출을 예고했다. 각 기업 대표 앞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흔든 바이든의 손짓은 미국 땅에 더 많은 반도체 생산 공장(팹)을 지으라는 사인이었다. 미국에게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전략적 안보 자산이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핵심 지렛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수출제한 조치와 세컨더리보이콧 제재로 기세가 한풀 꺾인 상황. 반도체 헤게모니를 둘러싼 한국, 미국, 중국, 대만, 유럽, 일본의 수 싸움이 분란하다.

 

퀼컴과 인텔, TSMC는 ‘넘사벽’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11일 ‘미중 반도체 분쟁과 한국반도체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는 1등이니 시스템 반도체 개발로 나아가자”는 익숙한 구호를 따르기보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매진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국은 ‘안심할 만한 1등’도 아니거니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잠재성으로 미루어볼 때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정도다. 나머지는 팹리스(반도체 생산은 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 32%, 파운드리(팹리스와 반대로 반도체 설계를 받아 생산만 하는 기업) 20%, CPU 17%로 구성된다. 순서대로 해당 분야 최강자는 퀄컴과 엔비디아(팹리스), TSMC(파운드리), 인텔(CPU)이다. 황 교수는 한국기업이 이들 분야의 선두는 “넘사벽”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TSMC에 이어 삼성전자가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운드리도 마찬가지다.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전체 시장 1.6배 크는 동안 메모리는 3배 컸다

 

황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뉘는데 2020년 기준 D램 분야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41.7%), 2위는 SK하이닉스(29.4%)다. 합치면 절반을 훌쩍 넘는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역시 삼성전자가 경쟁자들을 2~3배 차이로 따돌린 업계 1위다. 다만 황 교수는 두 영역에서 마이크론(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의 추격이 매서운 데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이미 한국 기업에 앞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모리 분야의 ‘1위 수성’도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중계 캡처

 

황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한다. 그는 “전체 반도체 시장이 3천억 달러 규모에서 5천억 달러 규모로 60% 증가하는 동안 메모리 반도체의 파이는 450억 달러에서 1천500억으로 세 배가 늘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이 전체 반도체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를 황 교수는 포유류의 뇌에 빗댄다. “뇌가 더 커질 때 CPU(시스템 메모리)에 해당하는 뉴런은 뇌 지름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나는 데 반해 메모리에 해당하는 시냅스는 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인지가 발달할수록 CPU보다 메모리가 더 발달한다”며 “실제 지난 22년간 CPU 성능은 천 배 좋아진 데 반해 메모리 용량은 십만 배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전문화 전략과 석박사 인력 투자 필요해

 

황 교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회사는 (특정 분야에) 전문화되고 있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상당히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팔방미인은 불리하다. 황 교수는 파운드리 분야를 예로 들어 “삼성전자는 TSMC와 경쟁하기 어렵다”면서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데 삼성은 고객과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생산만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은 설계부터 전자제품 제작까지 하고 있어 다른 분야의 경쟁사와 파운드리 고객사가 겹친다. 경쟁사에 반도체 설계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략적 집중에 아울러 황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인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황 교수는 2017년 1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 펴낸 반도체 전략 보고서를 해설하며 “반은 중국의 부상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고 반은 앞으로 미국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답은 대학 연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황 교수는 “계약학과 등을 통해 학부생을 키워 전쟁에 내보내겠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면서 “대학원 석박사 인력에 대한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 순서에서는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사회 아래 범진욱 반도체공학회장,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강창진 세메스 사장, 이윤종 DB하이텍 부사장, 안현실 한경AI경제연구소장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는 과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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