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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설립 비리, 교육부는 속았을 뿐?
사학 설립 비리, 교육부는 속았을 뿐?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10.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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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국감 확인감사이슈:청강문화산업대학,경문대학 비리의혹

의혹 1. 공과계열인데다 학생편재 정원이 똑같이 1,120명인 청강문화산업대학과 경문대학은 같은 날 학교법인설립계획인가를 받았는데도, 왜 출연해야만 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이 각각 10억원, 19억여원 등 두배 가량 차이가 나는가.
의혹 2. 경문대학의 교육용기본재산 중 현금 63억원의 금융기관의 잔고증명이 전무한데도, 인가를 내준 이유는 무엇인가.
의혹 3. 법인에 출연된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청강문화산업대학이 제시한 17억7천4백만원의 잔고증명서만을 토대로 대학설립인가를 내줄 수 있는가. 또 1997년 12월 27일 본인가시, 출연하기로 약정한 액수 가운데 34억여원이 모자란데도 인가를 내준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부 관료의 '직무유기'가 사립대의 설립 부정·비리를 불렀다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17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은 지난달 21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확인감사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사립대 설립인가 과정의 각종 의혹·불법을 문제삼고 나섰다. 교육부 관료가 직무를 소홀히하거나 사학과의 유착한 것이 아니고서는 설립 인가 요건을 갖추지 않은 대학들에게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문대학과 청강문화산업대학이 집중 거론됐다.

이날 최순영 의원은 "지난 7월부터 이 두 전문대의 설립인가 서류를 종합 검토한 결과, 인가 과정상의 불법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추궁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인적자원부 확인감사에서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은 사립대 설립 인가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안 부총리는 "불법 사실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 교수신문

안 부총리는 "불법사실은 없었다. 해당법인이 임시 방편으로 제시한 자료를 적절히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가를 내줬던 것이며, 청강문화산업대학의 경우 그 이후 감사를 통해 출연하기로 약정한 것 이상으로 출연한 것이 밝혀졌다"라고 답변했다. 즉 교육부는 법인의 허위자료에 속은 잘못밖에 없으며, 회계부정을 저지른 법인이 이후에 그 액수만큼 법인·학교 회계에 되돌려놓으면 문제삼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하기에 '법인측의 허위자료 제출'은 궁색한 답변일 수밖에 없다. 증빙자료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교육부 담당 실무자의 서류 검토, 전문대학설립심사위원회의 현장 실사 등이 이뤄지기 때문. 출연재산의 법인 회계장부로의 등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관련 자료를 교육부에서 보관하지 않은 것도 일견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최순영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문대학의 경우 △1993년 2월 내인가시 신청자가 타인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으로 위장신고했으며 △교육용 기본재산 출연금 63억원의 잔고 증명이 전무하고 △현금출연 63억여원 중 20억원의 출연증서도 없으며 △대학설립 인가 전후로 약 1백억원을 미출연하거나 등기이전 등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기본재산을 출연하지도 등기이전도 하지 않은데다, 인가 당시 교원 확보율 0%, 실험실습기자재 확보실적 0%인 경문대학에 설립인가를 내준 셈이다. 

20년 이상 보존자료 10년만에 폐기처분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용기본재산 현금 약 63억원에 대한 잔고증명이 없다는 지적에 "기본재산이 확보됐는지는 당시 대학설립타당성위원회에서 현지 실사를 통해 확인했다"라면서도 "당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 부속서류는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대학 설립 서류는 당시 규정으로도 최소 20년에서 영구보존하기로 돼 있는데도, 교육부에 관련서류가 없다는 것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결국 설립 때부터 부정·비리로 얽혔던 경문대학은 불법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해 학교시설을 세우다가 추후 67억여원을 갚지 못해 부도처리됐고, 현 재단에 1백55억으로 팔렸다가 각종 분규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기본재산이 제대로 출연됐다면, 교육부가 제대로 심사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청강문화산업대학의 설립인가에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최순영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청강문화산업대학의 설립인가 당시 △기본재산 17억7천4백만원에 대한 법인 회계 장부 등재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고 △수익용기본재산을 같은날 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경문대학의 1/2로 낮게 책정했으며 △개교시 정원 45명에 비해 적은 교원 11명을 채용하는 등 교원확보율, 실험실습기자재 확보율이 기준에 미달하는 데도 인가를 내줬다.

불법성 확인할 수 없어 직무유기 아니다?

규정상, 수익용기본재산의 경우 공과계열학과의 학생편재 정원이 1천1백20명일 때 학교운영경비는 1억9천2백만원으로, 법인은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경문대학은 운영경비의 10배, 청강문화산업대학은 5배로 설정된 것이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10배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설립이후에만 적용되고, 인가시에는 적용되지 않아 두 대학은 1억9천2백만원만 확보되면 되는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규정된 기준보다 경문대는 10배 이상, 청강문화산업대학은 5배 이상 더 출연하겠다고 약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강문화산업대학이 굳이 5배의 수익용기본재산을 내기 위해, 애초에 약정한 현금 10억원을 수익성이 없는 임야 4필지와 현금 4억6천만원으로 바꾸는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교육부 감사에서 법인의 허위보고만을 문제삼았을 뿐, 설립 인가에 참여한 교육부 관료들의 직무유기 등을 문제삼지 않은 것은 교육부의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설립타당성심사위원회에서 현지실사 등을 통한 심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고, 교육부는 심사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대학설립을 인가하고 있어 교육부 관료가 인가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불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당시 학교설립인가를 담당한 공무원을 처벌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답변할 뿐이었다. 인가를 내주지 말아야 하는데도 인가를 내준 관료들을 문책할 수 없다는 것.

대학설립 부실인가 비리·분규로 이어져

그러나 설립인가 부정이 차후에 분규로 이어진 대학들이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무책임론'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이다. 교육부 감사 때마다 설립인가 부정은 계속 제기됐던 것. 경문대를 비롯, 동해대, 극동정보대학, 경북외국어테크노대, 대구외국어대, 한려대, 광주예술대, 경원전문대학, 대구예술대 등은 기본재산을 출연하지 않거나, 타 학교의 교비가 기본재산으로 둔갑해 문제를 일으켰다. 교육부의 해명대로라면, 담당 심사위원과 실무자의 단순한 실책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사회적으로 너무도 많은 것을 지불한 셈이다.

최순영 의원은 "불법사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라면서 "11월초 교육부의 최종 소명을 들어보고 적절한 답이 없을 때에는 국정감사시 '불법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던 안 부총리에 대한 위증 고발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 의원측은 경문대학, 청강문화산업대학 뿐 아니라 전국 사립대의 설립인가 등을 임기기간 동안 본격 검토할 예정이어서, 교육부 관료의 불법·직무유기에 관련된 설립인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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