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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 교수신문
  • 승인 2021.04.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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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지음 | 푸른역사 | 216쪽

270년 전 살인사건으로 본 조선의 사법 시스템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원님 재판은 잊어라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조 500년의 ‘버팀목’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은 경남 안음현(현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서 1751년 두 기찰군관이 살해된 사건의 수사, 재판, 처형 과정을 담았다. 피해자가 역사적 인물도 아니고, 사건의 파장이 크지 않았으니 책의 소재 자체야 심상하다. 한데 지은이는 이 사건을 통해 조선의 형사 시스템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현장검증을 할 때 의생, 율관과 함께 검시를 할 오작인을 반드시 대동해야 했고(69쪽), 용의자를 신문할 때 쓰는 장杖의 규격, 때리는 횟수와 부위도 정해져 있었다(122쪽). 또한 사인을 교차 확인하기 위한 복검覆劍,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 신문인 동추同推를 포함한 3심제도가 확립되어 있었고(166쪽), 여기에 더해 국왕만이 사형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97쪽). 이를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보는 ‘네 죄를 알렷다’식의 우격다짐 재판은 오해라는 것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조선의 사법제도는 현대의 기준으로 보아도 공정성 확보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 책은 여느 역사 교과서에선 보기 힘든, 조선 왕조가 500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한 자락이 완비된 시스템이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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