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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악순환 벗어나는 본성과 심층마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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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승인 2021.04.16 0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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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한자경 지음 | 김영사 | 240쪽

이유 따지는 언어 너머 연기론이 인연 
자아는 자기 아닌 것으로서 만들어진다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철학과)는 독일에서 5년간 칸트철학을 심도 있게 연구한 바 있다. 그후 귀국해 계명대 철학과 교수가 된 후,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겨 동서양의 철학을 아우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정체성과 마음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불교의 일체유심조를 강조 한다. 그는 “불성과 여래장, 본각과 영지는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나 철학적 가설이 아니고 인간 누구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발하는 세상을 밝히는 빛, 현재적 마음활동”이라고 적었다. 이로써 인연이 생겨난다. 

이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은 사유의 3대 기본원칙인 동일률·모순율·배중률이다. 대부분 이런 논리를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교수는 불교의 ‘사구부정(四句否定)’을 언급한다. 사구부정은 “불교는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고, ‘유이면서 무인 것’도 아니고, ‘유도 아니 고 무도 아닌 것’도 아니다”로 설명된다. 불교에선 성으로 범주를 나누는 사량분별(思量分別)을 하지말라고 한다. 

합리성이 모르는 사구부정과 진공묘유 

책은 「루빈의 꽃병」(1915), 「천국과 지옥」(1960)을 통해 본질의 경계에 대해 소개한다. 한 교수는 이를 진공묘유 (眞空妙有)로 설명한다. 즉, “공으로서의 경계선은 유동하는 것으로서, 이것과 저것을 넘어서되 다시금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책의 3강은 ‘수행의 세계’다. 불교의 연기(緣起)는 “자아는 자기 아닌 것을 통해 자기가 된 연기의 산물이지, 항상되고 단일한 실체적 자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의 언어는 실체론적이다. 사고가 났다고 하면, 누가 (혹은 어떤) 사고가 났는지부터 궁금해 한다. 연기론은 이런 개념틀을 벗어나, 무슨 인연으로 사고가 났는지 물으라고 한다. 

‘악순환을 벗어나는 두 가지 길’에 는 연기 세계 내에서의 수평 이동인 ‘알아차림’과 연기 세계 너머로의 수직 이동인 ‘견성’이 있다. 여기서 견성이란 생멸의 상인 일체 현상 너머의 성(性)을 보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본성을 깨달음으로써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견성의 방법은 △무심법: 인연 따라 생겨나는 마음의 내용을 모두 비 우는 것 △성적등지문: 대상을 좇지 않 으면서 성성하게 깨어 있는 것 △간화 선: 화두로써 마음을 비워 본래면목을 자각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 책으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수행을 매개로 하나의 불교를 이루고 있다는 걸 말하고자 했다. 그는 “공과 연기는 무아를 설하는 초기불교의 핵심개념이고, 일체유심조와 공적영지는 일심과 본각을 설하는 대승불교의 핵심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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