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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사라진다
이렇게 나는 사라진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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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 말르 지음 | 이진명 옮김 | 우리나비 | 210쪽

우울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감수성!

『이렇게 나는 사라진다』는 정신 건강 문제를 안고 사는 젊은 여성의 일상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고립, 불안, 발작, 그리고 죽음이라는 어두운 생각에 빠지곤 하는 주인공 클라라를 그리며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내면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클라라는 우울증의 한계점에 다다라 있다. 우울증의 시발점은 직전 연애에서의 데이트 폭력과 이별이라는 그늘진 트라우마이다. 작가 미리옹 말르(Mirion Malle)는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대부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성폭력은 신체적 상해일 뿐만 아니라 정신 세계로 확장되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검게 물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클라라가 처한 팍팍한 직장 생활은 자기 관리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는 데 인색하다. 그리고 박한 임금은 심리 치료를 위한 지출을 주저하게 만든다. 작가는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정신 건강 관리 비용을 지불함에 있어서 그 원인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비롯됐다면 이는 너무도 불공평한 일이 아닐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반문한다. 스스로를 돌볼 틈도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직장과 자신을 마비시키는 우울증 사이에서 클라라는 이용만 당한 채 남겨진 이별에서 영감을 얻어 써 보려는 자신만의 작품도 완성시킬 수가 없다. 주변 공동체도 그녀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이 지원과 위로를 건네려 애써도 그녀는 공허함만을 느낄 뿐 우울증의 근본을 날려 버리기엔 역부족이다.

미리옹 말르는 이러한 클라라의 이야기를 그리며 우울증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공허함을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더불어 어두운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치러야 할 초인적인 노력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주인공 클라라를 가장 중심에 두고 그녀의 관점에서만 타인과의 관계 및 자신의 고립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불가피한 공허함과 북받치는 감정에 대한 여타 설명의 필요성을 불식시킨다. 책 표지에 묘사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있지만 머리카락 아래는 텅 빈 주인공의 모습은 이 책의 제목이 가지는 상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리옹 말르는 우울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정신 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현대인들의 관용구와 소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득한 이야기의 흐름은 우울증에 직면한 요즘 젊은이들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노래방에서의 즐거운 밤, SNS 게시물에 의존하는 치료 세션 역시 이 세대가 어떻게 함께 대처하고, 연대하고, 치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말르는 깔끔하고 단순한 그림체만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과 북받침을 잘 포착해 내는 재주가 있다. 특히 섬세한 블랙 라인은 주인공의 정체성과 사람들과의 관계 면에서의 민감 코드를 효과적으로 그리며 극복과 죽음이라는 주인공의 모순된 감정을 잘 드러낸다. 때때로 흐릿한 터치와 흑백의 채색은 텍스트로 전하기 어려운 감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말르의 놀라운 감성 지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솟구치는 감정을 번번이 억눌러야 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우울증 환자가 괴로운 자기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씁쓸하고도 달콤한 삶의 한 조각을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관계에 투영해 그 해법을 풀어 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는 것도 읽는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직장 동료,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어려움, 소셜 미디어와 사회적 이미지의 중요성 등을 과감하지만 지나치지 않게 다루었기에, 청소년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텔레라마

클라라는 통찰력 있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혹은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고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민감한 주제만큼 마음에 와닿는 책이다!
- 폴라네트 베데

이 이야기는 삶의 고통에 대한 연대기, 사투리가 섞인 ‘절망의 종’과도 같다. 미리옹 말르는 흑백 펜을 들어 놀라운 관찰력과 구성력을 바탕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려준다.
- 파리 마치

그저 유행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관한 글 『이렇게 나는 사라진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진정 현대적이라 할 수 있다.
- 보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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