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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법과 대학민주주의
국립대학법과 대학민주주의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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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한명숙 논설위원(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한명숙 논설위원(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대학의 얼굴은 야누스와 같다. 민주적인 조직처럼 보이지만 반민주의 온상이기도 하다. 교수가 학생을 존중하고 교육의 주체가 학생이라는 점에서 대학교육은 민주적이다. 학생이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변화는 대학 민주화를 성장케 했다. 반면에, 대학의 주권이 주인에게서 나오지 않는 현실은 반민주의 표정이다. 구성원이 선출한 총장이 임용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임명을 받은 총장이 권한 행사에 치닫는 세력 정치의 속성도 보인다. 반민주의 초상이다. 이 두 얼굴을 부정할 대학이 얼마나 될까.


대학은 교수와 학생이 학문과 지식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지성을 창조하는 공간이다. 특히 국립대학은 국민의 세금이 주관하는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국가 지성의 기관이다. ‘국립대학법률안’은 이 엄중함을 인식한 결과다. 대학 경영의 규범이 되어 교육 민주화를 한층 앞당길 것이다. 민주 국가 고등교육이 미래 인류 생성으로 어떻게 나아갈까.


교육대학을 비롯한 7종의 대학이 ‘교육부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명시한 고등교육법을 극복한다. 대학이 ‘지도’를 받는 학생이나 ‘감독’을 받는 배우가 되어야 할까? 이런 맥락이 대학의 민주 선거 결과가 부정되는 기반이라면, 일그러진 민주의 위상을 ‘국립대학법’으로 세운다. 국가 체제의 바탕이 되는 헌법처럼 국립대학의 민주주의를 다진다. 총장 공석의 혼란과 부조리가 휘몰아친 2020년의 공주교대와 같은 참사를 막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필요한 장치이다.


자율과 자치에 대한 견제와 제어 기능을 둔다. ‘막강한’ 총장의 권한에 대해서다. 고등교육법이 학칙의 제·개정을 총장 권한에 두고, 학칙은 ‘총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권한 행사를 보장하여, 어떤 학칙은 60여 조항에 30여 회 넘게, 120여 조항에 60여 회 넘게 “총장이 따로 정한다”라고 명시하니, 이 밀림에서 무엇이 서식할까? 교수사회의 온건 앞에서 행정과 재정, 사업과 인사 등이 구성원도 모르게 벌어진다.


총장의 독선은 얼마나 ‘감독’이 가능할까? 교육공무원법이 명시한 의무를 소홀히 한들 권리 행사에 막힘이 있을까? 경영은 얼마나 투명한가? 반민주의 독단과 비민주의 전횡은 드러날까? ‘LH 사태’처럼 국가 법제의 토양과 조직 문화의 특수성에 뿌리내린 위법이나 탈법의 비리는? 탄핵을 받지 않으므로, 검찰 기관에 소추당하지 않을 정도의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 내부에서 알아차려도 뾰족한 수가 없다. 대학 ‘신문고’를 찾을 수 있을까? 대학평의원회는 심의에 충실할 뿐이다. 동문서답과 마이동풍을 소통이라 우겨도 그만이다.


‘국립대학법’이 바꾼다. 총장의 자치성이 대학의 자주성을 법률에 따라 대리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한다. 총장의 욕망이 독주할 때 본래의 주인이 바로잡을 기틀을 만든다.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을 틈새로 교육부의 통제도, 총장의 전횡도 자생하지 않게 한다. 주인으로서 대학인의 자주권이 보장되도록, 총장의 권한에 대한 감찰과 감사 장치가 구성원과의 소통 구조로 수렴되도록 법제화한다. 행정 절차와 법률 근거가 합당하지 않게 주권의 목소리가 부정되고, 총장의 치외법권 행각이 무성하여 대의민주주의가 일그러지지 않도록 다진다. 


대학의 자주성은 자율의 들숨이다. 총장의 자치성은 책임의 날숨이다. 호흡의 조화가 분명해야 건강하다. 법치주의가 촘촘하게 작동하도록 명시한다. 교육과 연구 본연의 가치를 지키도록, 정치 논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법규로 뒷받침한다. 관계 법령을 조율하고, 상생으로 창조한다. 법제들 사이에 곱의 효과가 발생하면 대학 민주화의 총량이 늘어난다. 지성이 생장할 민주 정신과 학문이 융성할 자주 의식을 대학 존립의 고른 판으로 생성한다. 


‘국립대학법’이 그냥 법이겠는가. 국가 미래 민주 대학 실현의 주춧돌, 본보기를 만드는 대한민국의 빛이 되지 않겠는가?

한명숙 논설위원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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