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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집 근처에서 좋은 대학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집 근처에서 좋은 대학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 조준태
  • 승인 2021.03.2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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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 충남대 교수 ‘지역과 지역대학 공동발전 방안’

지난 2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주민 국회의원, 경상남도가 공동으로 ‘대학의 위기,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체제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이번 토론회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가 있다. 특히 지방대학에 미달 사태가 집중되면서 지역 사회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역과 지방대학의 위기에 대안은 있는 것일까.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가 ‘지역과 지역대학의 공동발전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정 교수는 지방대학 몰락의 문제를 경제학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지역대학 부진 문제는 결국 지역경제 부진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은 급격한 지식기반경제화와 국제화를 겪었다. 산업구조가 금융, R&D, 정보를 중심으로 개편됐고, 관련 인프라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도권으로 기업이 몰렸다. 이로 인해 지역 일자리는 양적 감소와 질적 수준 하락을 맞게 됐다. 지역 경제는 위축됐고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충원율과 취업률 평가, 악순환 불러”

현재 충청권의 정규직 비중은 79.4%인 수도권보다 6.0%포인트 낮다. 월평균 근로소득 또한 226만원으로 수도권의 93.4% 정도다. 직장의 규모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첫 취업에서 10명 미만 소규모 직장에 가는 비율은 충청권이 26.0%로 수도권보다 4.5%포인트 높았다.

지역 일자리가 열악해짐에 따라 청년들을 붙잡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졸업자의 지역 회귀율을 살펴보면 수도권과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 모두가 50% 근처를 기록했다. 대학 졸업 이후 지역 청년 둘 중 하나는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뜻이다. 충청권 대학 또한 졸업자 중 48.9%가 서울에서 직장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부진에 더해 잘못 설계된 정부 지원도 지역대학의 발목을 잡는다.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 재정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표로 삼은 충원율과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데 부족한 재원으로는 역부족이다. 결국 외국인 학생과 단기 일자리로 지표를 채우게 되고 이것은 다시 대학 부실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정부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정 교수는 이상적인 모델로 핀란드의 Fitech 교육과정(사진)을 제시했다. 이 교육과정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비롯해 대학교육의 지방 분산화를 골자로 한다. ‘집 근처에 훌륭한 학교’를 목표로 어디에 살든 대학교육이 평등하도록 하고, 어느 지역에서든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구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Fitech

 

“정부 지원은 사업비에서 경상비로 바꿔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중앙에 집중된 교육 재정과 행정의 탈중앙화를 추진했다. 지자체와 교육일선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직업관련 기관과 전문대학을 통합해 3~4년제 폴리텍대학을 설립했다. 또 현업을 체험한 엔지니어의 교수 겸업을 장려해 지자체-지역대학-지역기업 간 네트워크와 지역대학 간 네트워크를 이중으로 연결했다.

정 교수는 핀란드의 대학 네트워크 성공 사례로부터 ‘충청 국립대 연합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근본적 개혁안을 제시했다. 먼저 지역국립대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종류를 나누지 않고 일괄적으로 규율해 실효성이 없다. 국립대학교법을 따로 제정해 국립대 협의체 구성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국립대 재정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대학에게 사업비를 지원하는데 낮은 사업비를 받는 지역대학은 단기 사업밖에 할 수 없고 저조한 성과는 낮은 사업비로 이어진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사업비에서 경상비로 바꿔야 한다. 세 번째로 지역대학은 지역경제와 지역산업 지향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지역 산업체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해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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