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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졸업자격기준
대학정론-졸업자격기준
  • 김신일 논설위원
  • 승인 2004.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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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평가 지침은 물론이고 대다수 대학의 교수평가 기준도 교수들의 연구업적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젊은 교수들도 연구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훌륭한 교수는 연구 많이 하는 교수라는 식의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이러한 풍토의 지속이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 이로울까.

지난 50년 간 그 숱한 조령모개 속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고 견지해온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은 정원관리에 의한 대학 통제이다. 학생 정원을 한 명이라도 초과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학생 수에 대해서는 이렇게 엄격한 정부가 반면에 학생의 질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학부나 대학원을 불문하고 졸업생의 질적 수준에 대하여는 정책적 관심이 전무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다수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대학교육의 질은 끝없이 추락했다.

유럽은 지금 대학졸업생의 질적 수준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유럽의 대학들이 초창기부터 학생의 수 보다 질에 초점을 두어온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세계화에 따라 유럽연합으로 단일 체제를 지향하게 되자, 고등교육 수료 및 학위의 상호인정을 위한 협약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1999년에는 유럽연합 내 학사과정 및 석사과정의 일치화를 결의한 이른바 볼로냐 선언을 채택했다. 논의의 핵심은 자연히 학사학위 및 석사학위의 질적 수준을 국가간에 어떻게 일치시킬 것이냐에 모아진다.

한 나라 교육의 질은 졸업생의 질이다. 졸업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각 학문별 졸업자격인정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 학문간에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준 설정 방식과 기준의 폭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극히 원론적으로나마 그리고 유동적일 지라도 기준의 개념은 필요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학생들이 그 기준에 도달하도록 즉 그 수준까지 학습하도록 어떤 방법으로 지도하고 도와주느냐 하는 교육 시스템의 개발과 가동이다. 이것을 교수들 각자가 알아서 가르치라고 한다면, 교육시스템의 초보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교수들이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연구에 들이는 노력에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차원에서도 연구를 위한 지원만큼 교육을 위한 지원을 해주어야 제대로 교육시스템이 조성된다. 더욱이 교수평가와 대학평가 같은 제도에 교육의 비중을 반영하지 않으면, 교수들은 교육 보다 연구에 치중하게 된다.

학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학회에 해당학문의 교육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위원회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해당 학문의 학사, 석사, 박사학위의 인정 기준에 관한 연구와 토론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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