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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프로세스에서 스웨덴의 역할은?
한반도프로세스에서 스웨덴의 역할은?
  • 김기수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연구원
  • 승인 2021.02.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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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8년 3월 북미정상회담 전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실무회담. 사진=스웨덴정부홈페이지
2018년 3월 북미정상회담 전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한 리용호 외무상(왼쪽 아래부터 세 번째)과 스웨덴 발스트룀(Margot Wallström) 외무장관(오른쪽 아래부터 세 번째) 회담. 사진=스웨덴정부홈페이지

 

2021년 2월 4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큰 틀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선에서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구체적 과정과 방안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국가의 치밀한 외교 셈법이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핵심 관련국은 아니지만 한반도 관계에 있어 스웨덴의 역할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사회복지 등 일부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반도 주변국도 아닐뿐더러 정치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도 세계 중심부라고 보기 힘든 스웨덴을, 더욱이 한반도 프로세스와 관련해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810년대 이후 스웨덴은 중립적 외교정책을 바탕으로 대외분쟁에 있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최우선으로 지향하는 나라이자 분쟁 시 적극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전쟁 때 인도적 의료지원단을 파견하여 휴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했고 이는 현 국립중앙의료원의 뿌리를 이루게 된다. 또한 1953년 8월부터 현재까지 스위스와 더불어 유엔중립국감독위원회(NNSC)의 일원으로 정전협정에 따른 남북 간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관계구축을 위한 대화 창구 역할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북한에 대사관 설치한 최초의 서방 국가


스웨덴은 특히 북한과 매우 특별한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 1973년 북한과 수교하고 이듬해에는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한 최초의 서방 국가가 되었다. 이후 스웨덴 주재 북한 외교관의 밀수사건 및 차관 미지급과 핵개발 등 큰 이슈에 양국 관계가 파국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스웨덴은 북한과 정상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 서방국가이자 북한에 대한 최대 인도적 지원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1년에는 당시 스웨덴 총리가 서방 최고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아울러 1995년부터는 미국의 북한 내 이익보호국(protecting power) 역할을 담당하는데, 2017년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오토 웜비어의 석방에도 큰 기여를 하기도 하였다.

 

2015년 한국 방문 당시 판문점을 찾아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군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스웨덴의 빅토리아 왕세녀(왼쪽에서 두 번째 검은 옷) 부부.
2015년 한국 방문 당시 판문점을 찾아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군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스웨덴의 빅토리아 왕세녀(왼쪽에서 두 번째 검은 옷) 부부. 사진=스웨덴정부홈페이지

 

즉, 스웨덴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와 북한 간 상호 외교 창구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2018년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개최장소 중 하나로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이 거론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며, 2019년 10월에 열렸던 가장 최근의 북미 실무회담 장소가 다름 아닌 스톡홀름이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근래 스웨덴의 외교지형 변화도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 스웨덴의 역할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스웨덴은 2014년부터 공식적으로 ‘페미니스트 외교정책(feminist foreign policy)’을 표방하는데, 그 핵심은 여성 인권의 완전한 향유 및 지위 향상을 통한 세계적 차원의 양성평등 정착과 여성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평화구축이다. 이러한 지향 하에서 스웨덴 외무부는 국정보고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과 더불어 (여성)인권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 또한 스웨덴은 28년만인 2021년 1월부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이 되었는데, 사무총장 역할을 맡은 스웨덴의 린데 외무장관은 의장국으로서 스웨덴의 역할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 차원의 인권 신장 및 신뢰와 평화구축에 집중될 것이라 언급했다.


자국의 인권이나 핵개발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 무척 민감했던 북한 당국의 그간 반응을 볼 때, 이런 점들은 자칫 양국 간 외교 마찰로 이어질 빌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외교정책 이후에도 양국 관계가 특별히 험악해지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북미 간 핵심 대화창구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즉 최근 외교정책 및 지위 변화에 따라 북한의 여성인권과 핵개발에 대한 비판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긴장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와 평화구축에 있어 스웨덴의 전통적 중재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통령 교체 및 스웨덴의 외교환경변화 등과 관련해 스웨덴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 할 것이다.

 

 

 

 

김기수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연구센터 연구원
한국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수료 후 같은 대학 스칸디나비아어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스웨덴인의 이름과 정체성 변화」등이 있으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제반 사회적 변화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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