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9-20 09:11 (월)
논쟁_천전리 암각화 연대, 추상문양을 둘러싼 해석들
논쟁_천전리 암각화 연대, 추상문양을 둘러싼 해석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7.05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암각화'의 비밀…상징문양 해석은 다양하다

천전리 암각화의 연대와 추상문양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주장들이 제기돼 학계 논쟁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9일 ‘2004 韓蒙 예술인대회’에서 한국화가 김호석 씨가 국보 147호인 울산 울주군 천전리 암각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은 것. 하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김 씨 주장들의 논거가 불충분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호석 씨의 주요 주장부터 짚어보자. 먼저 ‘시기’ 문제다. 김 씨에 따르면 천전리의 문양, 조형물, 제작기법 등을 볼 때 반구대 암각화보다 앞선 시대에 제작됐다고 한다. 보다 논쟁적인 해석들은 추상문양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첫째, ‘갈매기형 문양’은 지금까지 여자생식기나 곡물저장의 풍요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오히려 수목숭배사상과 관련된 수목도일 가능성이 높으며, 연속적인 문양은 부족 간의 연합이나 동맹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둘째, ‘동심원 문양’은 일반적으로 태양을 상징한다고 해석돼왔으나, 물을 나타내기 위한 빗방울 형상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소용돌이 문양’도 태양이 아니라 연못이나 호수 등 물이 고여 있는 부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물결 문양’은 단순히 하천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상의 물과 지하의 물로 보는 관점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김 씨의 주장에 대한 학계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고고학계 일각에선 김 씨의 근거자료들이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에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김 씨의 주장과 관련해 다른 근거자료들을 내세우며 어떤 점이 잘못 해석됐는가를 짚어내고 있다. 

천전리 암각화가 반구대 암각화보다 앞섰다는 주장에 대해 보자. 문명대 동국대 교수(문화지리)는 “기본적으로 구석기시대는 사실적인 표현, 신석기는 반사실/반추상, 청동기는 완전 추상화의 시기다. 단순히 여기에만 대입해 봐도 천전리 암각화는 대곡리보다 앞설 수 없다”라고 반박한다. 학계의 기본연대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이상목 경북대 강사(고고인류학)도 “청정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 것이고, 반구대 암각화는 수렵채취시기 것이므로 시기상 앞선다는 주장은 불가능하다”라고 일축했다. 송화섭 원광대 교수(문화사) 역시 “선후관계를 정리했지만, 자의적인 끼워맞추기 식이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임세권 안동대 교수(한국선사고고학)는 “천전리 암각화 중 쪼아 새긴 동물그림들은 반구대 보다 앞선 시기거나 같은 시기의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임 교수는 “제작기법은 지역에 따라서 시대 선후관계가 일정하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근거로 삼기엔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양’을 둘러싼 견해 역시 분분하다. 대부분 학자들은 문양 해석에 어느 한 견해가 절대적일 수 없으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한다. 전공이나 학회, 개인에 따라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새로운 주장을 내놓을 경우 얼마나 신빙성 있는 자료에 근거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씨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보자.

임세권 교수는 “김 씨의 근거자료들이 동북아 내지 한국 암각화에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뉴카레도니아, 웨일즈, 우크라이나 등의 문양을 논거로 들고 있는데, 문화적 특성이 천전리 암각화 문화와 연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라고 반박한다. 갈매기형, 동심원, 소용돌이, 물결 문양 해석에 대한 근거들이 모두 우리 문화와는 거리가 먼 자료를 참고했다는 것이다.

문명대 교수는 “‘동심원 문양’은 지금까지 여러 연구결과에 의거해보면 ‘태양’이라는 게 훨씬 합리적인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물결 문양’도 근대학자들이 채취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자료에 근거하면 김 씨의 주장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라며 한두 가지 새로운 자료에 기반한 김 씨의 주장이 자의적인 것일 수 있다며 경계했다.

송화섭 교수는 “부족국가는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에 다 있었으므로, ‘갈매기형 문양’을 수목숭배로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고 말한다. 더욱이 “캐나다, 미국 인디언, 알라스카 등 북방지역의 문양 해석들이 중요한데, 중국 남부, 대만의 자료에 근거해서만 주장하고 있다”라며 논거자료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김 씨가 천전리 암각화 문양들을 농경문화와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는데, 자료 선택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갈매기형 문양’이나 ‘소용돌이 문양’은 학계의 공식용어가 아니므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국내 암각화 연구는 초보적인 단계다. 자료 정리조차 제대로 안 돼있는 실정이다. 한국암각화학회가 있지만 그 역시 오래 되지 않은 역사다. 그렇기에 선행연구자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이상목 박사는 “문양해석은 검증불가능성 때문에 논란이 많다. 이 점에서 그의 주장을 학계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라고 본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한국고대사) 역시 “상징문양은 누구라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김 씨의 연구는 하나의 새로운 견해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제 학계의 이런 반응에 김호석 씨가 대답할 차례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미술학연구소 2004-07-07 01:13:15
우선 간략하게 두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시대별 나열을 통한 문양의 상징적 해석은 검증의 차원에서 설들력이 없다. 예컨대 구석기 시대에는 무슨 양식, 신석기 시대에는 무슨 양식하는 식의 주장이다.
미술의 양식이라는 것은 동시대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양식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표현력의 기본이다.따라서 시대별 구분에 따라 해석을 붙여버리는 식은 인간행위의 근본을 무시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둘째, 우선 "반구대 암각화"라는 용어를 쓰는 학자는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분야를 논할 자격이 없다.
최소한의 검증 절차만 거쳐도 이런 오류는 발생하지 않는다. 아마 그런 학자들은 잘못된 선행 연구를 아무 검증 없이 그냥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요컨대 반구대에는 여기서 말하는 암각화가 없다. 지금 말하는 암각화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