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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속임수 쓴다"...학제적 논의 부족
"동물도 속임수 쓴다"...학제적 논의 부족
  • 손영우 연세대
  • 승인 2004.06.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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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관기 : 한국인지과학회의 ‘지능의 인지과학적 이해와 응용’

한국인지과학회 연차 학술대회가 지능의 인지과학적 이해와 응용이라는 주제로 지난 6월 5일 연세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사업단장 김문상 박사의 기조강연과 더불어 지능의 유형과 본질, 지능의 측정과 기능, 지능의 응용과 전망에 대한 세 가지 심포지엄과 학술논문 발표로 구성됐다. 인지과학은 철학, 심리학, 언어학, 전산학, 신경과학의 학제적인 학문분야로, 그 특성상 지능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됐다. 발표된 많은 연구들을 소개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동물 지능과 이석한 성균관대 교수의 로봇 지능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된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이 연구들에서 던져진 아래의 두 가지 질문은 인지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궁금해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들도 생각할 줄 아는가

꿀벌의 춤언어를 연구했던 노벨상 수상자 폰 프리쉬 박사가 임종 직전에 그의 수제자 린다우어와 나눈 대화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스승에게 “스승님은 진정 동물들도 생각할 줄 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이 수제자가 물었다고 한다. 이에 폰 프리쉬 박사는 “동물들이 생각할 줄 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고 자네도 알고 있네. 다만 우리 동물행동학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네”라고 대답하시고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동물의 지능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는데, 행동생물학자 그리핀은 동물의 지능을 “새로운 상황과 도전에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행동 적응”이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어떤 행동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최재천 교수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입각해 민벌레라는 미세한 곤충으로부터 침팬지에 이르는 동물들의 지능을 감지하는 행동학적 연구들을 모아 정리했다. 그 중 동물 지능의 높은 수준을 볼 수 있는 속임수 능력을 나타내는 연구를 소개하겠다. 침팬지나 새 등의 속임수도 대단하지만, 다른 종의 암수간의 신호체계를 파악한 후 암컷의 신호를 흉내내는 반딧불이 있다고 한다. 이 반딧불은 다른 종의 수컷이 신호를 보내면 그 종의 암컷이 보내는 신호를 흉내내어 짝짓기를 하기 위해 내려앉은 수컷을 잡아먹는다. 동물들이 주어진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적절한 속임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동물들의 속임수 행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로봇에게 필요한 인공지능의 요건은 무엇인가

최근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로봇은 우리 인간의 하인이나 동료로서 인격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실시간 지능을 요구하며 인공지능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이석한 교수는 이런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가져야하는 인공지능의 요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불확실하고 불명확한 인간생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autonomy). 둘째, 인간과 로봇이 같이 지내고 일하는 환경에서 서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natural interaction). 셋째, 로봇은 스스로 오류를 교정하고(self-repair), 최적의 수행을 하기위해 환경의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고(self-adaptation), 경험으로부터 학습을 통해 자기 성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self-growth). 넷째, 앞으로의 상업성에서 요구되는 “비용 < 가격 < 가치”의 관점을 고려해 로봇의 지능을 정의하는 정형적 척도가 있어야 한다. 끝으로, 로봇의 신뢰성과 의존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지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이 우리가 지능형 로봇이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다양한 측면의 지능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가 담당해야할 중요한 기회로 볼 수 있겠다.

이상의 동물과 로봇의 지능 문제 외에도 언어학,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여러 학문분야에서의 지능에 대한 관점들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되고 논의됐다. 끝으로, 이번 학술대회는 관점의 다양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지만,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제시되는 관점과 전망을 통합하는 학제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학술대회를 마치면서 남아있었다.

필자는 일리노이대에서 ‘상황 인식에 있어서의 전문성, 활동 기억 용량 및 장기 기억 인출구조의 역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상 교통에 있어서의 운전자 상태의 주관적 척도’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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