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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인 작가 강용흘의 全貌 밝힌 노작
재외한인 작가 강용흘의 全貌 밝힌 노작
  • 김효원 한림대
  • 승인 2004.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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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강용흘 그의 삶과 문학』(김욱동 지음, 서울대출판부 刊, 2004, 400쪽)

김효원 / 한림대·영문학

이번에 한국문학, 미국문학, 세계문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강용흘에 대한 본격적 연구서를 써낸 김욱동 교수의 학문적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강용흘, 그의 삶과 문학'은 강용흘의 출생에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개인적인 삶의 여정을 세밀하게 추적해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그의 주요 문학작품에 대한 해설과 논평은 강용흘 문학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강용흘은 한문과 일본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일찍이 일제 식민지하에서 조국의 암울한 상황을 벗어나 캐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의학 공부와 영문학 공부를 하면서 세계적 안목을 키우고, 동양과 한국 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인식에 도달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교 문학자로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강한 의지와 인내력으로 난관을 극복해 가는 원융무애의 인품을 소유하고 있는 민족주의자이자 사해동포주의자다. 그에게는 어떠한 극단적 요소도 절충 화합될 수 있는 아량과 중용의 미덕이 두루 갖춰져 있다.

그의 자서전적인 소설, '초당'과 '동양사람, 서양에 가다'에 나오는 주인공 한청파의 성장과정과 서구문명과의 충돌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형성되는 그의 인품의 곳곳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떳떳하고 의연하게 오대양 육대주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올올하고 늠름한 기상을 보여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 여자와 결혼해 미국시민으로 귀화하지만 그의 마음과 정신은 항상 조국을 떠나지 않고 애틋한 조국애를 소중히 간직하고 작품 속에 아로새겨 놓는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전편을 영어로 번역해 'Meditations of the Lover'로 펴냈으며 한국의 문학과 문화전통을 영어권 독자에게 알리는 데 누구보다 더 힘썼다. 김욱동 교수는 이러한 강용흘의 업적을 수많은 자료를 발굴해 알기 쉽게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많은 사진들, 8년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연구하면서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독일어로 된 자서전적 소설을 쓴 이미륵과 교류한 일, 여러 대학에서의 강연과 폭넓은 인간관계, 해방후 27년만에 미군정 출판부장으로 고국에 돌아와 한 일, 임화와의 만남과 그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과의 서먹했던 관계 등은 아주 새로운 사실로 흥미롭다.

1장에서는 강용흘의 삶의 발자취와 경력이 소상히 밝혀지고 잇으며 2장에서는 '초당'에 대한 작품해설, 3장에서는 '동양사람 서양에 가다'에 대한 해설, 4장은 최근 발굴된 고려 왕조 말기를 다룬 희곡작품 '궁정살인'에 대한 분석, 5장은 강용흘의 한국문학에 대한 평가로 짜여져 있는데 모두 영어로 쓰여져 있는 강용흘의 작품을 김 교수가 분석한 것이다.

강용흘이 비록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으로서 가졌던 이율배반적 모순감정을 겪었겠지만, 이념차이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하루빨리 상호존중, 자립자존, 평화번영에 기초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새 질서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것을 강용흘의 분신인 한청파의 됨됨이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한청파가 천하제일 금강산 어느 바위 옆에 꿋꿋이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대오각성했던 순간을 기리어 언젠가 금강산에서 강용흘에 대한 국제적 학술대회가 열려 동서양 문화 차이, 인종간 차이의 간극을 초월하려 했던 그의 철학을 재조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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