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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감옥' 갇힌 대학생들…반복 일상에 "우울하다" 휴학
'노트북 감옥' 갇힌 대학생들…반복 일상에 "우울하다" 휴학
  • 하영
  • 승인 2021.01.1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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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로망은 '언감생심'…"아무것도 못 해봤는데" 하소연
전문가들 "삶의 균형 중요…집에서라도 활동적인 일 찾아야"
대학 온라인 강의. 연합뉴스
대학 온라인 강의. 연합뉴스

"제 모든 생활이 노트북 하나에 갇혀있는 느낌이었어요. 말라가는 느낌이랄까. 공부할 때도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더라고요…"

대학생 박고은(23)씨는 고민 끝에 1년 휴학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1년 내내 비대면 수업을 들으면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김지윤(23)씨도 "마지막 대학 생활을 모니터만 쳐다보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며 최근 휴학계를 냈다.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피로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학생들은 고학년, 저학년 할 것 없이 "느낀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안에서만 있더라도 활동적이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해야 한다"며 "우울함이 지속되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20학번 "우린 미개봉 중고"…새내기 "대학 생활 막막"

"제가 생각한 대학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2020년 대학 생활의 로망을 안고 입학했던 20학번들은 자신을 '미개봉 중고'라고 부른다.

1년 내내 비대면으로 수업하다 보니 동기들 얼굴을 볼 일도, 마음 편히 캠퍼스를 거닐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학내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MT가 뭐지?', '내 대학 생활 돌려줘요', '나 아무것도 못 해봤는데 ㅜㅜ', '동기들 아무도 모르는데 군대 가요', '올해 유독 힘드네요' 등 피로감과 의욕 저하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내기 게시판에 21학번 후배들이 몰려오자 '우리의 새내기 생활은 끝났다'며 만든 '20학번들의 무덤' 게시판에는 자조 섞인 푸념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대학 생활 앱에 올라온 푸념글. 연합뉴스
대학 생활 앱에 올라온 푸념글. 연합뉴스

한지수(21)씨는 "처음 3∼4개월은 괜찮았는데 끝날 것 같으면서도 더 심해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5∼6개월 때부터는 거의 매일 우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백동훈(21)씨도 "꿈꿨던 대학 생활이 있는데 집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했다"고 털어놨다.

입학을 앞둔 21학번 새내기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 때는 잠잠해지겠지'라는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고, 캠퍼스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은 로망이 아닌 간절한 소망이 됐기 때문이다.

춘천지역 한 대학에 입학 예정인 옥석현(20)씨는 "대학 생활을 생각하면 설레지만, 코로나로 집에만 있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또 다른 신입생 정예지(20)씨는 "MT나 OT 등 대면 행사가 모두 취소되면서 친구를 사귀는 일이 가장 고민"이라며 "동기들을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줄어서 학교생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 '소확행' 찾는 대학생들의 몸부림…"움직이는 게 최고"

이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대학생들은 '활동적인 집콕 생활'로 우울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모두 틀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낀 이모(24)씨는 최근 취미로 '홈 베이킹'을 시작했다.

이씨는 "재료 소분부터 반죽,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며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무기력함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 앱에 올라온 푸념글. 연합뉴스
홈 베이킹으로 만든 케이크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대학생 허모(23)씨는 유튜브에 '자취 요리', '자취방 브이로그' 등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또 다른 대학생 이모(23)씨는 유행하는 'SNS 필터'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집에서 의미 없이 보내던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우울증 호소와 관련해 이상규 춘천성심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2주일 이상 우울하고, 입맛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 등이 이어진다면 우울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블루가 과음이나 게임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활동적인 일을 찾는 등 삶의 균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충광 한림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교수도 "잠깐 밖에 나가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등 조금이라도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상담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2주 이상 우울함이 지속되면 전문 상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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