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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한 번 만회하려면 칭찬 ‘네 번’
비판 한 번 만회하려면 칭찬 ‘네 번’
  • 김재호
  • 승인 2021.01.2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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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부정성 편향』 존 티어니,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 | 정태연, 신기원 옮김 | 에코리브르 | 392쪽

부정성 장사꾼 판치는 디지털 세계
심리학도 처음엔 부정적 사건들에 주목
합리성으로 비합리성 극복해야

칭찬 백 번은 기억나지 않지만, 비난 한 번은 평생 각인되는 게 사람이다. 왜 그런지 알고 봤더니 우리 뇌구조가 원래 그런 거였다. 한마디로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이다. 공저자 중 한 명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퀸즈랜드대 교수(사회심리학)다. 그는 1990년대부터 본인의 철학적 질문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부정성 편향’의 패턴을 찾아냈다. 좋은 사건과 나쁜 사건의 영향력에서 패턴이 있었던 셈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디지털이 필수인 시대에 부정성 편향은 더욱 가속화 한다.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하고 있지만 무엇인가 불안하고 부족하다. 『부정성 편향』의 공저자들은 “심리학자들과 기자들은 부정적인 것을 강조하느라 인간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더 큰 진실을 놓쳐버렸다”면서 “우리는 세상이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투표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과 언론인 등 공포와 독설을 전문적으로 퍼뜨리는 사람들은 ‘부정성 장사꾼’으로 불린다. 

불공정과 재난에 분노만 하기보단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와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부정성 편향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성의 힘이 증폭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합리적인 사고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다만, 진화적으로 보면 인류는 부정성 편향을 발전시켜왔다. 독이 든 열매를 골라내 생존해야 했기에 나쁜 것에 주목한 셈이다. 

 
디지털 세상의 부정성 편향

종교와 언어를 보면 부정성 편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에선 브라만(가장 높은 계급)은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 오염된다. 단 한 번의 ‘부정(?)’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수드라(가장 낮은 계급)는 브라만이 준비한 음식을 먹어도 정화되지 않는다. 언어에선 외상의 반대말을 찾을 수 없다. 외상은 정신적 상처가 오래 지속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저자들에 따르면, 외상 후 성장이 더 흔하다. 

물론 부정성은 이점이 있다. 고통스럽지만 비판을 받아들이면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만 가득한 잔소리나 평판은 회사를 망가뜨리며, 집단이기주의와 외국인 혐오에까지 이르게 한다. 공저자들은 “진화가 우리를 나쁜 것에 취약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동물의 원시 뇌는 이것의 지배를 받는다”면서 “그러나 인간의 뇌에는 더 발달한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은 나쁜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것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인저적 도구를 갖추고 있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부정성 편향』 1장에는 좋은 지침이 제시된다. 바로 ‘4의 법칙’이다. 만약 직장 후배나 혹은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했다면, 그에 대한 보상은 칭찬이나 속죄는 네 번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살아오면서 좋은 직장 상사나 스승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특히 좋은 사장을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직장문화는 ‘비난의 왕국’처럼 온갖 정치와 헐뜯기가 대물림된다. 불쌍한 노동자들이다. 그렇다면 4의 법칙으로 서로를 위하는 수밖에. 

공저자들은 초창기 심리학마저도 부정적인 것들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나중에 생긴 심리학이 학문으로서 자리매김하려면 더욱 눈에 띄는 부정적 결과들을 선보여야 도드라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부정성 편향을 밝히는 심리학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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