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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몰락’이 피안의 세계로…‘그림으로 보는 니체’
‘진정한 몰락’이 피안의 세계로…‘그림으로 보는 니체’
  • 김재호
  • 승인 2021.01.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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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그림으로 보는 니체』 한상연 지음 | 세창출판사 | 304쪽

피로 쓴 니체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이 거인이 되기를 갈망한다면
고독에도 기꺼이 춤을 추자

하이데거(1889∼1976)와 슐라이어마허(1768∼1834)를 전공한 한상연 철학자가 그림으로 니체를 살펴봤다. 그는 현재 가천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희망철학연구소에서 인문학 살리기와 민주주의교육 등 다양한 작업을 펼이고 있다. 

책의 서문 “오직 피로 쓴 글만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은 의미심장하다. 한상연 저자는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이 문장만 기억하면 된다고 밝혔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당한 자만이 피로 쓰인 글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이 있어야 피로 쓴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거기 피로 쓴 글엔 기쁨 역시 내포돼 있다.

저자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사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이 책을 썼다. 한상연 저자는 『그림으로 보는 니체』에서 “니체의 철학은 삶이 안겨 주는 무한대의 고통과 고독에도 불구하고 삶을 기꺼워하며 춤추는 자를 위한 철학이다”면서 “춤추며 처절한 슬픔마저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자를 위한 철학이다”라고 강조했다. 니체의 철학에서 기쁨은 “스스로 정신의 거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기쁨”이다. 

고통과 기쁨의 피로 쓴 글

처절하게 쓰인 글과 예술 작품을 환전상의 마음으로만 보다 보면 ‘정신적 난쟁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상연 저자의 일침음 다음과 같다. 

“피로 쓴 글을 사랑할 수 있으면 난쟁이라도 위대한 거인이지만, 사적인 행복과 이익에 마음을 빼앗긴 자는 거인이라도 보잘것없는 난쟁이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림으로 보는 니체』는 총 8개의 장으로 쓰였다. ▲제1장 차라투스트라의 몰락 ▲제2장 삶을 위한 투쟁 ▲제3장 위대한 정오 ▲제4장 재앙을 부르는 천민 도덕 ▲제5장 타란툴라의 간계 ▲제6장 영원회귀 ▲제7장 기쁨과 긍정의 정신 ▲제8장 천민과 노예의 폭동.

책의 제1장을 장식한 그림은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1794, 영국 박물관)이다. 니체 하면 떠오르는 경구는 바로 “신은 죽었다”이다. 한상연 저자는 이에 대해 “신이 죽었노라는 차라투스트라의 선언은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 유럽 문화가 마침내 파산하게 되었노라는 선언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영원불편의 신에게 사망 선고를 내림으로써 서양을 이끌었던 고대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을 벗어나고자 했다. 블레이크의 그림은 바로 이 니체의 경구를 적합하게 설명한다고 한상연 저자는 밝혔다. 

그림 속의 노인은 어둠(현실)을 컴퍼스(법칙과 기하학적 질서라는 이데아)로 환하게 빛나게 한다. 하지만 블레이크가 보기에 이 노인은 성경의 신처럼 간주된다. 현실은 언제나 어둠이지만 인간은 언제나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각인된다. 하지만 니체가 보기에 인간은 늘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 즉 초인(위버멘쉬)을 지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언제나 유혹으로 인해 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적 존재인 노인은 어둠을 밝혔지만 동시에 인간을 신과 법칙에 종속시켰다.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1794, 영국 박물관). 그림 = 위키백과.

늘 극복되어야 하는 인간 존재

한상연 저자는 더욱 선명하게 이렇게 설명한다. “진리와 선은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 자유로운 정신은 집착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떠나보내려 한다. 반면, 법칙과 이데아는 고정된 삶의 이상을 추구하도록 해 결국 노예로 전락하게 만든다. 한상연 저자는 “스스로 극복되기를 두려워하는 자는 노예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니체가 말한 ‘진정한 몰락’은 선과 악을 비웃으며 피안에 설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니체의 사상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한상연 저자는 『그림으로 보는 니체』를 통해 니체 사상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 그 작업은 니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없으면 어려웠을 작업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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