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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임용, 학과에 인사권 넘겼다"
"교수임용, 학과에 인사권 넘겼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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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윤대 고려대 총장

대담내내 중심화두는 '글로벌'이었다. '글로벌'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CEO 총장'이라는 옷을 입고 대학 구조조정, 대학분권화, 직원 교육 강화 등을 추진중이다. 지금은 '기업 인수·합병'의 경험이 많은 그가 정보통신대학의 획기적인 변화와 학과 조정 등의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난제'와 싸우고 있다. 대학위기의 해법으로 대학간 협력과 시스템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 대담 : 이영수 발행인(경기대), 박영근 편집인(중앙대)
● 일시 : 2004년 5월 20일
● 장소 : 고려대 총장실
● 기록·정리·사진 : 김봉억 기자

▲어윤대 고려대 총장 ©
△ 요즈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한국의 대학들이 외국대학 못지 않게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들과 같이 하자는 얘기도 많이 한다. 대학도 이제는 열린 대학을 지향해야 한다. 상징적으로 우리대학 담장을 없애기로 했다. 담장 길이만 3.4킬로미터다. 여름방학동안 완전히 허물 계획이다. 그동안 연세대, 서울대, 울산대 등 전국의 여러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있는데 넓은 의미의 열린 대학을 추구하고 싶다."

△ 교수채용 관행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 교수채용때부터 방법을 바꿨다. 학과와 단과대학에서 채용 과정을 거쳐 선발된 최종 인원 1명의 명단만 받아본다. 교수채용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권한도 없다. 다른 대학은 2배수나 3배수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최종 선발된 1명만 올라온다. 단 총장은 거부할 수 있는 권한만 있다. 지난 해 하반기에 신임 교수를 뽑으면서 계획한 인원에서 3분의 1만 뽑았다. 예전에는 인사위원회를 통과하면 모두 다 뽑았는데 고려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사기준은 딱 한가지다. '논문'하나만 본다. 올해 상반기 교수공채 때도 각 학과에 1백5명의 티오를 줬는데 최종 32명을 뽑았다. 학내 구성원의 반응이 지난 해 하반기때와는 조금 달랐다. 이번엔 학과에서 '본부에서 갖고 있는 기준에 맞지 않을 거다'하고 아예 학과에서 올리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번에 뽑기로 했지만 좋은 사람,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다음 학기에도 그 티오를 살려 주기로 하니까 학과에서 급하게 뽑을 생각을 안한 것 같다. 이것은 혁명이다."

△ 학과에서 반발은 없었나.
"반발은 없는 것 같다. 최종적으로 본부에 올라올때까지 관여할 수가 없다. 내가 사심이 없다는 것을 안다. 재미있는 건 소문이 얼마나 빠른지 총장실에 있으면 이런 저런 청탁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상반기 교수채용때는 청탁전화가 하나도 없었다. 차갑고 독하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

△ 고려대는 이공계열쪽이 비교적 약하다. 육성계획이 있나.
"요즘 많은 사람들이 SCI를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한다.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계열이 강하다. 그런데 SCI는 자연과학계열 논문이다. 인문사회계열논문을 포함을 안하다 보니까 마치 고려대가 뒤처지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사람들이 보면 SCI발표수를 보고 학교랭킹을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이미지상 않좋다고 본다. 의과대학이 SCI논문 많이 쓴다.
전체 우리대학 교수의 3분의 1이 의과대 교수다. 이공계열 교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의과대학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대학에 3개의 부속병원이 있는데 교수 연구시설 건물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대학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제일 좋은 IT분야 특성화대학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 자연과학캠퍼스에도 3백억을 투자해 중앙광장을 짓는다. 자연과학계열에 더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

△ 인문학에 대한 지원은.
"세계에서 제일 큰 한국학의 메카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학은 우리가 강할 수 밖에 없다. 50억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우선 유명한 논문을 번역할 계획이다. 예일대 등 미국의 유명대학과 계약을 맺고 같이 번역할 예정이다. 철학교수 한분은 1천페이지 분량의 '한국철학'관련 책을 썼는데 영어로 완간 번역할 예정이다.
또 한국학을 하는 외국대학 센터장을 불러 매년 컨퍼런스를 할 계획이다. 초점을 한국학, 의과대학, 공과대학에 두고 있다. 실제 그쪽에 시간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신경많이 쓴다."

△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직원 교육도 중요하다.
"대학행정은 직원들이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 전문가로 만들고 시스템화 해야 한다. 지난 해 여름방학때 부장, 과장들을 8일동안 미국 대학에 보냈다. 홍보팀은 그 대학의 홍보, 경리팀은 그 대학의 경리를 보도록 미구 동부·서부, 호주로 보냈다. 취임할 때 직원 채용수를 늘리고 월급을 인상시켜주겠다는 장담을 안했다. 그러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투자는 얼마든지 하겠다고 천명했다. 올해도 40명을 보낸다. 나중에는 2∼3명을 1년동안 보내 구체적으로 배워 오도록할 계획이다.

△ 고려대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돼가나.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이 다 있는 것을 대학으로 생각해 왔다. 확장위주로 커 온 것이다. 예전엔 '고려대'이름만으로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왔다. 이제는 외국과의 경쟁 등 교육의 질이 중요해 졌다. 선택과 집중, 특화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게 있는데 필요없는 학과, 학문적 수요가 적은 학과는 줄여야 할텐데 이게 어렵다. 불가능하다. 발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프라이드가 있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대학에 오면 인디언추장만 있고 인디언은 없다는 말이 있다. 굉장히 힘들다. 지금부터 대학구조조정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대학들도 사라질수 있다.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되지만 정부가 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 CEO총장으로 불리고 있는데.
"다들 CEO총장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고대 총장은 CEO총장이 아니었다. 덕망과 학식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분들이었다. 저는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 12년전에 장관급 금융통화위원을 했고, 통위원을 했고, 공적자금 위원도 3년을 지냈다. 국제금융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외부일을 많이 하면서 일종의 추진력 있다고 본다. 경영학회, 금융학회 회장을 지냈는데 학문적인 것 보다 성격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밖에서 볼 때 CEO총장을 나쁜 뜻으로 보기보다 좋은 뜻으로 보는 것 같다.

△ 총장이 갖춰야 할 자질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현 상태에서는 총장이 가져야할 세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자기분야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금속학이라면 학문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어야 한다. 둘째는 한 해 예산이 1조원 정도다. 예산·재정 예산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셌째, 글로벌한 환경에서 세계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 외국 대학총장과 만나는 경우 많은데 통역을 데리고는 안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CEO총장을 좋게 받아 들인다.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할 수 있는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다"

△ 교수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
"간단하다. 앞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이 어려운 시절이 될 것이다. 같이 잘 대처해야 한다. 대학이 협동하고 협력하는 것이 살길이다. 같이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약력소개] 1945년 生.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박사. 미국 미시간대 국제산업연구원, 고려대 경영대학 부교수. 고려대 교무처장·경영대학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외부무 외교정책자문위원. 현 현대종합상사 사외이사, 한국경영학회장,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장, 제3기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음. 저서로 '자본자유화와 한국경제'(1981), '국제금융과 한국외채'(1985), '국제금융'(199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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