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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에 대처하는 법… ‘분노하라’가 아니라 ‘의심하라’
허위정보에 대처하는 법… ‘분노하라’가 아니라 ‘의심하라’
  •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승인 2020.12.30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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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미디어 리터러시’

 

허위정보(가짜뉴스)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한다. 다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까봐 걱정한다. ‘제3자 효과’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과대평가하는, 차별적 인식 경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자신에 대한 과신이 스스로를 허위정보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거다.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꾸준하게 '21대 총선 조작설'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꾸준하게 '21대 총선 조작설'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2020년 4.15 총선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가 조작됐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유튜브에서 조작선거 주장을 펴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선거조작설을 믿는 사람들이 단순히 정치인의 선전·선동에 현혹됐다고 보기 힘들다. 상당수는 ‘자발적 동조자’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참패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주문을 건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이후 소위 진보진영에서 선거조작론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음모론은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확증편향의 발현이다. 이쯤되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일까.


‘편향된 뉴스’ 선호하는 한국 사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주관으로 매년 발행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요약해 올여름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항목에서 한국 응답률은 44%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4위였다. 한국 위로는 터키, 멕시코, 필리핀이 있었다. 소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상황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관점 뉴스’ 선호도는 미국 30%, 일본 17%, 독일 15%, 노르웨이 12% 등이다. 한국이 주요 선진 국가들보다 1.5배에서 3배 이상 편향적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허위정보·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교수신문>이 꼽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단 뜻이다. 쉽게 말하면 ‘내로남불’의 일상화다. 내로남불의 배경엔 나와 비슷한 미디어만 선호하는 경향성이 있다.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나만 정의라고 주장하는 풍토에서 허위정보는 싹트고 더 빨리 퍼진다.

 

'우한 연구소 바이러스 유출'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옌리멍 박사. 그의 주장은 폭스뉴스, 더선 등 매체에서 보도됐고 WHO를 비롯해 미국 폴리티팩트, 한국의 연합뉴스, YTN, 동아사이언스 등에서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 사진=더선 기사 캡처
'우한 연구소 바이러스 유출'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옌리멍 박사. 그의 주장은 폭스뉴스, 더선 등 매체에서 보도됐고 WHO를 비롯해 미국 폴리티팩트, 한국의 연합뉴스, YTN, 동아사이언스 등에서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 사진=더선 기사 캡처

 

우리가 접하는 허위정보·가짜뉴스의 중요한 특징은 100% 틀린 내용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거다. 대체로 90% 이상의 사실과 10% 미만의 거짓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계인이 인구 감소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뿌렸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바이러스 무기화를 추진 중인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되어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라고 설명하면 그럴 듯 해 보인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이 중에서도 특히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위 설명을 ‘믿고 싶어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우한 바이러스 유출설을 믿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은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귀인오류’, ‘사후편향’… 거짓에 취약한 인간


허위정보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항상 있어 왔다. 소셜미디어의 발달 덕에 허위정보가 더 빨리 전파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됐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내 마음에 딱 드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것이 허위정보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카이스트 차미영 교수(전산학부) 연구팀이 올해 9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불안한 사람보다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허위정보를 더 잘 퍼뜨린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공포를 느낀 사람은 검색을 했는데, 화가 난 사람은 허위정보를 공유하거나, 거리로 나가 시위를 했다는 거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G 전파를 통해 확산된다는 허위정보가 널리 퍼지면서 분노한 사람들이 수십 개의 5G 기지국을 불태우기도 했다.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어떤 것이 우리의 판단력을 흐릴까. 하나의 사례를 보고 모두가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 적 아니면 동지로 보는 ‘흑백논리’,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확증편향’, 책임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돌리는 ‘귀인오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려 없이 모든 걸 파국으로 생각하는 ‘재앙화’, 기본 확률을 무시하고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계산하는 ‘기저율 무시’, 내 이럴 줄 알았다며 결과를 예측했다고 확신하는 ‘사후편향’ 등, 우리는 허위정보에 현혹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현혹되지 않는 삶은 불편하다. 항상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공유하지 말고, 먼저 검색을 해보고, 공신력 있는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분노를 누그러뜨리자. 그러나 포털에서 읽은 뉴스라고 무조건 믿어서도 안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은 말할 것도 없다.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정 방향으로 사건을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진실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공화국의 양식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은 피곤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김준일 뉴스톱미디어 대표
2001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편집부에서 일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와 언론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저널리즘과 미디어를 공부했다. 이후 2017년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NEWSTOF)>을 설립했다. 2006 기획보도 부문 한국기자상, 2018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 2019 자유언론실천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10여개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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