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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씨네로그] 돌고 도는 인생 역전의 코미디
[정재형의 씨네로그] 돌고 도는 인생 역전의 코미디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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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느와르와 부조리한 코미디의 복합
인간성 회복과 예술의 기능에 대한 양심 일깨우는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예술과 비예술의 간격은 얼마만큼인가? 우디 알렌(Woody Allen)의 영화 「브로드웨이를 쏴라 Bullets over Broadway」(1994)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예술이 아니고, 비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예술이 되고 마는 불가사의한 생의 아니러니를 그린다. 시대는 1920년대 재즈와 금주법, 미국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심각했던 불황, 그리고 갱들의 전성기였던 시기를 영화는 재현해낸다. 그 시기에 뉴욕의 브로드웨이라는 화려한 연예계의 뒷무대를 소재로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젊고 유능한 극작가인 데이빗(존 쿠삭)이다. 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기의 희곡을 제시하지만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행운이 찾아오는데, 그의 희곡을 상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연출까지 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극단에서는 조건이 있었다. 반드시 여자 주인공으로는 올리브라는 이름의 신인배우를 기용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면 내막은 이렇다. 올리브는 마피아 깽두목의 정부이자 평범한 쇼걸이었는데 깽두목은 그녀를 브로드웨이의 무대배우로 성공시키기 위해 극단에 압력을 행사했다. 극단은 물질적 지원을 받고 연극을 올리는 대신 주연여배우를 깽의 정부로 쓰고 풋내기 신인 극작가를 내세운 것이었다. 

더욱 이상한 일은 깽두목의 보디가드였던 치치가 연극을 수정하여 자기 작품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일자무식하지만 연극을 하도 많이 보다 보니 연극에 대한 식견을 원작자인 데이빗보다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결국 작품은 치치의 것이 되어갔고, 데이빗은 할 일이 없어졌다. 치치는 연극이 되기 위해선 주인공인 올리브가 빠져야 한다는 걸 데이빗에게 강조한다. 그러나 데이빗은 올리브를 뺄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연극의 돈을 대는 깽두목의 정부였기 때문이다. 결국 치치는 올리브를 처치해버린다. 올리브가 실종되자 깽두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치치를 죽여버린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총소리가 울리며 두 명이 살해된 것이다. 그러나 객석의 관객은 그 내막을 모른다. 이를 지켜보던 데이빗은 문득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가 생각한 예술은 이런 게 아니었던 것이다. 또, 이게 예술이라면 그는 절대 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배우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친구에게로 갔던 애인에게 다시 사랑을 호소하며 평범한 서민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그는 예술의 세계를 증오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로 복귀한다. 

이 영화는 필름 느와르의 어두운 세계와 뮤지컬의 화려한 성공이야기, 순수한 사랑의 멜로 드라마,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조리한 코미디의 쟝르가 복합화되어 있는 우디 알렌 특유의 작품이다. 우디 알렌은 흔히 ‘패러디’의 천재라고 하는데 이 영화 역시 그의 패러디적인 모방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는 코미디를 만들되 단순한 오락에서 진지한 인생드라마로 변화시킨다. 이 영화는 코헨 형제의 영화인 「바톤 핑크」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그 영화에서는 뉴욕의 젊고 패기 만만한 극작가가 헐리우드에 가면 돈을 벌 거라는 사람들의 충고로 헐리우드로 건너가지만 결국 그가 꿈의 공장 헐리우드에서 얻는 교훈은 인생의 부조리와 예술에 대한 환멸이다. 로버트 알트만의 「숏컷」, 「패션쇼」의 세계도 그와 흡사하다. 예술이 평범한 서민들의 보편적인 삶과 현장에서 유리되고 도피될 때 순수한 예술가의 심장은 고통받는다. 우디 알렌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는 인생유전의 역설적인 코미디를 통해 인간성 회복과 예술의 기능에 대한 순수한 양심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일깨운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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