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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인지’로 중독에서 탈출하기…알아차림이 시작
‘메타 인지’로 중독에서 탈출하기…알아차림이 시작
  • 정민기
  • 승인 2020.12.03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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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철학, 중독을 이야기하다』ㅣ박남희 외 10명 지음ㅣ세창출판사ㅣ324쪽

 

중독 자체가 인간의 존재 방식
환경 변화를 통해 욕망 탈출
‘나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수행해야

 

철학이 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떤 제안들을 건넬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철학, 중독을 이야기하다』에서 박남희 희망철학연구소 소장은 철학이 ‘메타 인지’를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는 중독에 빠져있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방법이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중독이나 일 중독처럼 그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하던 중독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알아차림은 중독 치료의 첫 단계이자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박 소장은 “철학은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며 철학이 중독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철학은 ‘중독’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WHO는 컴퓨터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게임을 단순히 ‘과몰입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결정을 두고 게임 애호가와 게임 업계는 “게임은 두뇌 계발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범죄율 증가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큰 반발을 일으켰다. 

중독과 과몰입증의 경계

지혜경(희망철학연구소) 저자는 중독과 과몰입증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미국의 스님 버니 글래스만의 말을 인용하며 “불교에서는 인간의 삶 자체가 ‘나’라는 대상에 중독된 상태로 본다”라고 적었다. 즉 중독 자체가 인간의 존재 방식이며, 다양한 중독은 ‘나 중독’의 다양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게임 중독은 게임 속 ‘가상의 나’에 과도하게 몰입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불교에는 ‘나 중독’을 벗어나는 수행법이 많다”며 다른 중독들을 해결하는 데 불교의 수행법이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성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HK교수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통해 중독을 바라본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본질이 사유나 이성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말했다. 존재하는 모든 영역은 자연의 법칙에 지배당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자유의지란 원인을 알지 못한 욕망에 붙여진 이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통찰을 통해 중독에 빠진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독에 빠지게 하는 욕망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중독과 진화과정의 오류

박일준 감리교신학대 객원교수는 “중독이란 진화가 인간 두뇌에 설치한 알고리즘이 환경변화에 따라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수렵·채집 시대에는 단맛을 느낄 음식이 귀했다. 과일은 제철에만 먹을 수 있었고 꿀은 매우 귀했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에는 단맛에 대한 이끌림을 제어할 알고리즘이 없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사탕과 같은 군것질거리가 많아졌고 인류는 이런 것들을 무절제하게 섭취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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