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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의 '구성성' 본격 거론
과학지식의 '구성성' 본격 거론
  • 김동광 고려대
  • 승인 2004.04.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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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리뷰: 『과학지식과 사회이론』| 김경만 지음| 한길사 刊| 2004| 328쪽

▲ © yes24
비교적 최근까지도 과학지식은 예외적이고 특권적인 인식적 지위를 누렸다. 다시 말해 과학지식은 다른 종류의 지식들과는 달리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이며, 그 자체의 내적 논리 이외에 사회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과학지식은 사회학적 분석에서 제외됐다. 과학지식이 다른 지식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이론의 분석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포괄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른바 과학지식사회학이었다. 

우리나라에 과학지식사회학을 처음 소개한 1세대 과학사회학자 중 한 사람인 김경만 교수의 ‘과학지식과 사회이론’은 이러한 과학지식사회학의 수립과정을 깊이 있게 다룬 비중 있는 과학사회학 교과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있으며. 1부는 최초의 과학사회학자로 인정받는 로버트 머튼의 제도주의 과학사회학을 다루고 있다. 흔히 제도주의 과학사회학이 과학기술의 사회적 구성주의를 소개하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은 머튼과 제도적 과학사회학을 폭넓은 사회학적 맥락 속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주로 한국 사회학의 문제점을 지적한 3장 ‘사회과학의 과학사회학; 한국 미국 독일 사회학의 차등발전에 대한 비교사회학적 고찰’은 과학지식 사회학의 교과서라는 이 책의 기본적인 성격에 비춰볼 때 돌발적인 느낌을 준다. 더구나 이 章을 본문에 배치하느라 앞장에 각국의 과학발전에 대한 서술을 넣으면서 책의 전체적인 구성에도 부담을 줬다. 오히려 보론의 형태로 권말에 넣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2부는 과학지식사회학의 핵심적인 개념인 과학지식의 구성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1960년대 토마스 쿤 이래 오늘까지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지점이자 동시에 과학지식사회학이 현대사회의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비추는 생산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소출이 풍부한 밭이기도 하다. 특히 김교수는 과학철학적 배경에 천착하면서 구성성의 인식적 토대를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2부의 내용은 과학사회학 연구자들 뿐 아니라 사회학, 철학 등 연관분야 연구자들에게도 많은 함축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사회구성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새롭게 제기됐고 구성성을 넓은 의미로 해석할 때, 과학지식의 구성성을 비인간 행위자에까지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구성성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이 실험실 연구에 대한 서술에 부속된 한 節로 축소되었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이미 국내 여러 대학에 과학기술학 프로그램들이 개설됐지만 그 토대에 해당하는 과학지식사회학을 다룬 마땅한 교재가 없던 상황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김동광 / 고려대 과학지식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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