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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시
천가시
  • 교수신문
  • 승인 2020.11.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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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득, 왕상 지음 | 주기평 옮김 | 문학과지성사 | 648쪽

가장 오랜 시기 동안 중국 각지에 걸쳐 널리 유행했던 한시 선집인 『천가시』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62번으로 출간됐다. 『천가시』는 송대 사방득이 편찬한 『증보중정천가시주해』와 명대 왕상이 편찬한 『신전오언천가시전주』를 합간한 것으로, 당송대의 명시들을 선록한 것이다.

두보, 이백, 왕유, 맹호연, 위응물, 유우석을 비롯하여 소식, 황정견, 왕안석, 육유 등 당송대의 대표적인 시인뿐 아니라 제왕장상, 사인학사, 승속남녀, 무명씨, 목동 등 사회 각 계층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당송시 중 예술성이 빼어나고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위주로 하고 있어, 중국 시문학의 대표성과 예술성을 두루 겸비한 대표적인 시선집이라 할 수 있다.

일찍부터 상업적인 목적에 따라 많은 판본이 등장했는데, 그중 도서 상단에 삽화를 넣은 『회도천가시주석(繪圖千家詩註釋)』이 가장 널리 유행한, 이른바 통행본이다. 『천가시해설』 『천가시역주』 『천가시평주』 『천가시신주』 『신역천가시』 『천가시전역』 『명가강해천가시』 등 현대중국어 번역서들 모두 이 『회도천가시주석』을 저본으로 삼아 저자의 주석과 해제, 작품 설명 등을 덧붙였다.

중국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한시(漢詩)는 고대 중국인의 삶과 사유를 반영하며 중국의 학술과 사상 및 미학의 정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찍이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고려조 이후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리 문인은 한시의 적극적인 감상과 학습 과정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고 그 성취와 이념을 받아들이고자 했으며, 나아가 시 양식의 차용과 창작으로 이어져 우리 정서와 문화 및 고유의 가치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는 일본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시는 중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동아시아 고대 문학의 공통 양식으로서 동아시아인의 문학적 사유와 실천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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