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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씨네로그] 사랑은 순간을 의미있게 영원히 사는 지혜
[정재형의 씨네로그] 사랑은 순간을 의미있게 영원히 사는 지혜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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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로 연일 우울하고 힘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지금 뭔가 힘이 되는 메시지가 없을까. 눈물 나는 사랑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코 시큰한 러브 스토리를 찿던중 오랜 만에 나온 시한부 인생 이야기 <미드나이트 선 Midnight Sun>(2018)을 보고 한동안 울먹였다. 라이언 오닐, 알리 맥그로우 주연의 고전 <러브스토리 Love Story>(1970)에서부터 시작한 시한부인생 러브스토리는 언제 봐도 사람을 울린다. 시한부 인생 러브스토리에는 희귀병이 등장해야 한다. 이 영화의 희귀병은 색소성건피증이다. XP라 불리는 이 병은 햇빛을 쐬면 서서히 죽는 병이다. 

주인공 케이티는 엄마가 일찍 죽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집에서만 지낸다. 고작 창문밖으로 사람들 지나가는 걸 구경하는게 유일한 낙이었던 그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잘생긴 남자 아이 챨리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가는 어린 꼬마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졸업식 가운 입고 지나가는 것까지 그를 지켜본다. 그녀의 사랑은 지켜보면서 시작되었다. 

밤에만 외출을 허락했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느 날 밤에도 역앞 광장에 버스킹하러 갔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엄마의 유품이었던 기타를 치는 거였고 작곡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 그 날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챨리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둘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러브스토리의 결말은 이미 관객들이 알고 보는 것. 그녀가 결국 일찍 죽을걸다 알면서도 언제 죽을지 가슴 졸이는 긴장감이 있다. 

둘의 사랑이 깊어지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밤을 새던 그들은 새벽이 오는 것도 잊어버린다. 급하게 집에 도착했지만 이미 아침 햇살을 쬐어버린 케이트는 이후 죽음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딸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자각하면서 일생 자신을 위해 희생해온 아버지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가 재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버지의 사진과 프로필을 데이트 사이트에 올린다. 

사랑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죽기 전에 뭔가를 준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넙죽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없어서 주고자 하는 사람과 받아야 할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한다. 그걸 바라보는 순간 또한 눈물겹다. 알고보면 사람은 서로에게 평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지만 죽기 전에는 결코 깨닫지 못한다. 챨리 역시 케이티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평소 노래를 하고 싶었던 그녀의 노래를 돈을 들여 제대로 녹음하고 유튜브에 올린다. 그녀의 노래는 라디오 전파를 타며 당시 최고 인기 가요가 된다. 

사랑은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다. 케이티는 마지막으로 챨리와 대낮에 보트여행을 한다. 케이티의 마지막 소원이라 아버지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녀는 일생일대 처음 한낮의 태양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그 순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챨리를 창문밖으로 바라봤던 일들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이 고백은 챨리가 그동안 들었던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도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챨리는 죽어가는 케이티를 통해 역설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로부터 온몸으로 사랑을 받을수 있다면 그 행복은 최고의 것이다. 오랜 시간 옆에 같이 있다 해도 무덤덤하게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 영화는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일분 일초의 순간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얼마나 소중하게 지나갈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건 잠깐일지라도 영원을 사는 지혜다. 고마운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려한다면 코로나19도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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